조일근 편집위원장

대다수 호남인들은 지금 속이 편치 않다.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불편한 상황에서 대선 패배까지 겪었으니 편할 까닭이 없다. 집무실 이전부터 들고 나선 윤석열 당선인의 행보도 마뜩찮다. 3년째 코로나 19와의 ‘전쟁’으로 경제도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을 터다. 돈 쓸데가 지천에 널려 있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최대한 억제해야 마땅한 시기다. 그런데 당선되자마자 집무실 이전에 돈을 못 써 안달이 났다.

한 가정의 살림도 형편에 맞게 꾸리지 않으면 가난을 면치 못한다. 나라 살림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2022년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무엇이 중한가? 갈라진 민심 수습과 코로나 19 쇼크로부터 경제 구하기다. 피폐해진 민생 챙기기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국민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집무실이 어디든 국가와 국민만 잘 챙기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다. ‘국민 먼저’가 아닌 ‘대통령 먼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자기 집무실을 먼저 챙기는 모습에서 독재와 독선이 보인다. 독재와 독선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이 나라가 또다시 독재와 독선으로 흐르지 않을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당선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검사 출신이다. 과거 군사정권과 같은 독재의 부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라의 중대사는 갑론을박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상식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치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런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치열한 토론은커녕 천천히 하자는 말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내로라는 경력을 가진 국민의 힘 소속 정치인들도 당선인의 뜻을 일사불란하게 받들었을 뿐이다.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이는 당선인의 모습에서 독재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윤석열 정권의 5년간 대한민국은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가 지배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치 못하는 이유다.

대한민국은 70년 만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일어섰다. 4·19와 5·18을 거치면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다. 이제 독재는 설 자리가 없는 나라다. 그런데 치열한 토론이 없는 정당, 정치 경력이 없는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리고 민생보다 집무실 이전을 서두르는 대통령을 선출했다. 정치는 물론 민주주의와 경제의 후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오늘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했다 해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인구문제다. 인구 감소 폭이 심상찮다. 2015년부터 출생아는 줄어들고 노령화로 인한 사망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주택문제 등으로 결혼 건수가 줄어드니 출산율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혼인 건수는 최저 기록을, 사망자 수는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50년 후에는 생산연령 인구가 반 토막 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인구절벽의 현실화로 지역소멸은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정권을 누가 잡고, 대통령 집무실 옮기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국력을 쏟아 부어야 할 시기입니다. 결혼과 출산, 교육을 국정의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한 대가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라니…….

대한민국은 이제 인구문제를 국정의 가장 앞에 두어야 한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는 중요치 않다. 정치도 경제도 인구문제 앞에서는 허망하다. 아이 낳기 좋은 나라, 교육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야 한다. 권력도 경제도 인구문제 앞에서는 허망할 뿐이다. 중앙정치는 물론 지방자치도 인구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다. 윤석열 정부와 6월 1일 치러질 지방선거 당선자들 모두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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