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인간이나 물건이나 처음부터 일정한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고 본다. 같은 물건이라도 쓰임에 따라 현저하게 다름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우리사람들은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고정관념(固定觀念)에 사로잡혀 넓게 보지 못하고 평가(評價)하여 해오던 것으로만 사용하는 어리석음에 빠지고 만다.

노자(老子)의 도(道)가 학풍을 잇는 전국시대 장자가 쓴 ≪장자≫ 〈소요유逍遙遊〉편에 보면 손이 겨울에도 트지 않는 약의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에 대대로 솜 빨래를 해서 먹고사는 집안이 있었는데 오랜 세월 사시사철 빨래만 하다 보니 겨울에는 손이 터서 고충(苦衷)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심사숙고(深思熟考)하여 몇 대에 걸쳐서 연구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본 결과 겨울에도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만들게 되었다.

하루는 어떤 과객(過客)이 그 소문을 듣고 빨래를 주업(主業)으로 삼는 이 집안을 방문하여 백금(百金)을 줄 테니 약 제조 비법(秘法)을 가르쳐 달라고 하여 가족회의를 하는데 “우리 집안은 대대로 빨래만 해서 몇 푼 벌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 기회에 그 돈 으로 전답(田畓)을 사서 농사를 짓고 사는 것이 어떻겠는가?” 모인 가족들이 모두 찬성하여 지긋지긋한 빨래하는 것을 벗어남을 좋아했다.

그 과객은 백금을 주며 약 제조 비법을 가지고 오(吳)나라 왕에게 가서 그 약의 효험(效驗)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수(怨讐)의 나라 월(越)나라가 오나라로 전쟁을 일으켜 쳐들어왔다. 오나라왕은 마침 겨울이어서 그에게 장수(將帥)로 임명하여 월나라를 물리치도록 명하였다. 두 나라는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하는데 양국 모두 수전(水戰)에 능한 군인들인데도 때가 추운겨울이라 준비가 된 오나라군사들은 건재(健在)한 반면 월나라군사들은 손이 트고 동상에 걸려 날이 갈수록 예기(銳氣)가 떨어져 패배 한다. 오나라 왕은 대승을 거두고 귀환(歸還)한 장수에게 아주 기뻐하며 많은 땅을 봉지(封地)로 하사하고 오나라 대부(大夫:도지사급)로 임명한다.

장자가 친구 혜자(惠子)와의 대화에서 한 이야기 인데 “똑같은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이지만 누구는 그것을 가지고 대부가되고 누구는 평생 세탁만 할 수밖에 없는가? 동일한 물건이지만 누구에 의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는 현저(顯著)하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우리는 전에 알고 있는 것에다 모든 것을 맞추어 생각하다보니 고정관념에 빠져 새로운 가치(價値)를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손 트지 않는 약을 두고 대부가된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빨래밖에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동일한 물건의 쓰임을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넓게 보아야 할 것이다. 산에 있는 나무는 곧은 나무도 있고 굽은 나무도 있다. 곧은 나무가 보편적으로 쓰임새가 많지만 굽은 나무가 꼭 필요한데가 있다. 굽었다고 쓸모가 없을 것 같지만 분명 어느 곳엔가는 반드시 쓸모가 있고 그 쓰임새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사물이나 인간의 가치는 모두가 다르므로 어떤 쓰임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따라 그 가치는 무용(無用)할 수 도 있고 유용(有用)할 수 도 있다. 같은 사안(事案)을 두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것인가 아닌가는 기존(旣存)의 가치를 어떻게 인식(認識)하고 사고(思考)를 유연(柔軟)하게 전환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 질것이며 전적으로 각자(各自)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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