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의미의 ‘혼용무도’를 지난해 사자성어로 택했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군주민수’를 선정했다. 혼용무도에서 다시 군주민수, 암울한 시대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군주민수는 순자의 왕제편에 나오는 말이다. 원문 전체를 해석해보면 “백성은 물이고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화가 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을 그대로 반영한 사자성어다.

직장인들도 심상찮은 사자성어를 선택했다.

취업포탈 사람인이 구직자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물은 결과 ‘구지부득’이 1위를 차지했다. 아무리 애써 구해도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밤낮으로 잊을 수 없는 근심이 있다는 의미의 ‘숙석지우’가 2위에 올랐다. 금수저 흙수저로 대비되는 청년들의 삶의 비애와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렇듯 선정된 사자성어들만 보아도 올 한해 국민들의 삶이 순탄치 않았음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이 질곡의 시대가 가슴속에 사무친 국민들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세밑에도, 차가운 겨울광장에 나와 시린 손을 불어가며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문득. 청와대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무엇을 택할까 라는 턱없는 궁금증이 치민다. 세월호 7시간, 백옥주사, 프로포폴…등등의 낯선 어휘들을 종합하는 사자성어는 과연 무엇일까. 그 악연의 질긴 고리에 최순실이 존재하기에 ‘순실 무상’쯤이 되지 않을까?

다가설 정유년 세밑에는 천하태평, 만사형통을 상징하는 밝고 따뜻한 사자성어가 선정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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