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고광용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심에는 문화정책이 있었다.

최순실·차은택이 펼친 근본조차 알 수 없는 문화정책은 교육문화수석, 문체부 장·차관, 콘텐츠진흥원장 등 고위급 인사, 블랙리스트 1만여명, 문화창조융합벨트, 미르재단 설립, 지역문화제 개입 등 너무도 많다. 고려대 윤성식 교수는 문화정책의 원칙을 팔길이·시간·다양성·파트너십 등 4가지로 정리했다. 이를 토대로 박근혜 정부 문화정책을 비판해보고자 한다.

첫째,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은 “정부가 문화예술에 대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정책 제1원칙이다. 즉, 정부가 팔길이 만큼 떨어져 문화예술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1만여명,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상영 금지, 광주비엔날레의 세월오월 전시 금지는 팔길이 원치기과 내용불관여 원칙을 위배하고, 창작의 자유를 침해한다. 영화배우 송강호가 최근 2년간 영화에 출연하지 못하고, 많은 방송연예인들이 KBS, MBC 등 공영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둘째, 시간 원칙은 문화예술의 경우 창의성 발현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즉각적 성과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장원리에 따라 즉각적 성과를 강조하는 것은 예산 낭비만 부축이게 된다. 미르재단 설립과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사업과 기관에 지원하여 당장의 경제적 성과를 도출하여 정부의 정책홍보로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이러한 정책의도를 볼 때 시간의 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다양성 원칙은 문화예술의 개체별 독특성이 크기에 문화예술(가)에 대한 획일적 지원은 창의성을 저하시키므로 정부는 가능한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주류 문화보다 비주류·실험적·아마추어 문화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미르재단이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경우 주로 경제적 이익을 염두 한 컨텐츠 사업에 초점을 맞추기에 대부분 한류 등 주류 문화 지원에 집중하고, 영화시장에 대한 지원 또한 현 정부 입맛에 맞으면서 동시에 상업 영화에 집중해왔다. 다이빙벨·세월오월 같은 정부 비판적이고 저예산의 창의적·비주류 작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오히려 검열과 탄압을 하였다.

넷째, 파트너십 원칙이란, 정부가 문화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없으며, 항상 잘 할 수 없기에 문화정책 역시 기업의 메세나 활동, 문화 관련 NGO단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의사결정을 함께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정책의 고위급 인사는 최순실이 꽂은 차은택 전 문화융성 본부장과 김종 문체부 차관, 차은택이 꽂은 김상률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문체부 장관, 송성각 전 원장 등이 있어 이들 소수가 우리나라 문화정책을 근본이나 철학도 없이 폐쇄적으로 제멋대로 결정하고 그들의 사익추구 방향으로 예산을 써왔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문화정책에서 주로 이루어진 것은 기존에 국민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각종 문화예술 지원 예산에 대한 성과나 평가가 모호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앞으로 최악의 문화농단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팔길이·시간·다양성·파트너십 등 문화정책의 4대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가칭 ‘문화예술지원위원회’를 설립하고, 문화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기업·NGO·문화예술인 등을 대폭 포함시키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야한다. 문화정책의 방향을 단기적·경제적 성과 창출에서 비주류·실험적·아마추어 문화예술작품의 지원·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궁극적인 문화정책의 목적은 문화예술(인)의 창의성 발현과 다양성 증대에 있다.

미래정치센터 연구위원 고광용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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