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진정으로 총명하고 훌륭한 사람은 자기를 자랑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므로 마치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인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나 사자는 밖으로 드러난 뿔이 없고 덩치는 크지만 초식동물이라 순한 소는 밖으로 보여주기 위해 뿔을 가졌다. 그러나 뿔을 가졌어도 인간에게는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는 동물은 아니다. 이런 것을 본다면 세상에서 모든 것을 갖출 수는 없는 것 같다. 

세계 4대 성인이라 일컫는 소크라테스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오직 한 가지 그것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보다 훨씬 못한 당시 철학자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고 거들먹거리고 다녔다. 

중국에서 최고 많이 쓰이는 가훈이 난득호도(難得糊塗)라고 한다. 청나라 때 정판교가 한 말인데 실제로는 아는 것이 많고 재주 또한 출중한데도 부족하고 어리석은 사람처럼 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아주 훌륭한 기교(大巧)는 도리어 서투른(若拙) 것 같이 보인다는 말이다. 재주가 남보다 많고 실력이 있어도 자랑해 나타내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서툴러 보인다는 이 말은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 나온다. 

도덕경 홍덕장에 의미가 비슷한 말이 연이어서 나온다. 가장 완전한 것은 마치 모자란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써도 부서지거나 닳지 않아 그 쓰임이 끝남이 없다. 넘칠 듯 가득 찬 것은 마치 빈 것 같으나 아무리 써도 끝이 없다. 아주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아주 교묘한 것은 서투른 것 같고 말을 아주 잘하는 것은 마치 더듬는 것 같다. 

춘추시대 말기 초나라 장왕은 타락한사람처럼 주색에 빠져 지내며 나에게 무엇으로든지 간언(諫言)을 하는 자는 극형(極刑)에 처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매일 정무는 뒤로 한 채 향락에 젖어 살았다. 하루는 충신 오거(伍擧)가 목숨을 걸고 “오늘은 내가 수수께끼를 하나 내려고 합니다.” “수수께끼라면 한번 말해 보시오,” 직접 간언을 하면 목숨이 위태로워 우회적인 방법을 지혜롭게 쓰고 있었다. 

“제가 오늘 아침에 오면서 보니 이 앞 정자나무에 새가 한 마리 앉아있는데 3년 동안 한 번도 울지도 않고 날지도 않습니다. 과연 이새는 무슨 새입니까?” 장왕은 자기에게 하는 간언인줄 알고 있었다. 시치미를 떼고 하는 말이 “3년을 날지 않았으니 한번 날면 하늘 높이 오를 것이요 3년 동안 울지 않았으면 일단 울면 세상을 놀라게 할 것 같소.” 

이번 일로 해서 달라질 줄 알았는데 전혀 변하려는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부 소종(蘇縱)이 목숨을 걸고 직간을 했다. “그대는 나의 포고문을 보지 못했는가.” “보았으나 저의 간언으로 전하께서 국정에 전념하신다면 저의 죽음은 영광스러운 죽음입니다.” “알았소 물러가시오.” 

장왕은 그 시간부터 주색을 멀리하고 국정을 바로잡기 시작했다. 3년 동안 주색에 빠져 산 것은 알곡과 쭉정이를 분간하기 위한 수작이었다. 간신 수 백 명을 죽이거나 파면시키고 오거와 소종을 등용해 국정을 맡기니 춘추오패(春秋五覇)의 반열에 오르는 위대한 임금이 되었다. 초 장왕도 사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신하들이 자기를 가볍게 봄으로 행동을 함부로 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작전이었던 것이다.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모자란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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