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병원에서 엉덩이에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는 주사 바늘을 찌르기 전에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다가 맞는 사람이 모르는 사이에 바늘을 꽂고 약을 주입하면서도 몇 번 더 반복해 때린다. 주사바늘을 찌르면 아프기 때문에 공포를 약하게 완화하기 위한 간호사의 능숙한 경험에서 비롯된 위장술이다. 언제 찌른 지도 모르게 주사를 맞고 나면 환자는 아픔도 덜 느끼고 그 간호사 주사 아프지 않게 잘 준다고 칭찬한다. 이런 현상을 ‘베버의 법칙’ 이라고 한다. 

베버의 법칙은 보통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심리학 현상을 말하는데, 독일의 생리학자 베버(E, H, Weber’s)가 사람이 강한 자극을 경험하면 자극에 대한 면역력이 향상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심리가 첫 번에 큰 자극을 주었다가 나중에 작은 자극을 주면 작은 감각에는 거의 무감각에 가깝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1000원 하는 상품에 갑자기 2000원을 올리면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런데 100만 원 짜리 노트북에 1만 원을 올리면 크게 반발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물건 외에 인간이 생각하는 행복감도 베버의 법칙과 같다. 돈을 상대적으로 많이 버는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은 날이 갈수록 점점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같은 빵 하나를 굶주리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주면 맛있게 한 끼 식사로 충분한데 반해 종일 배부르게 먹는 부자에게 준다면 행복감은 천지 차이다. 이것은 그들이 얻은 행복의 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빵 하나지만 상황에 따라서 이렇게 차이가 나게 느껴진다. 

베버의 법칙은 비교적 어려움에 처할수록 사소하고 작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이 개선되어 차츰 좋아지면 사람의 요구·욕망 등은 그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서 높아지지만 행복감은 상대적으로 저하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행복은 여전히 가깝게 있다. 단지 그 행복을 내가 감성을 잃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교과서처럼 배웠던 명심보감에 ‘지족자 빈천역락(知足者 貧賤亦樂) 부지족자 부귀역우(不知足者 富貴亦憂) 란 문구가 있다. 만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하고 천한 상황에서도 역시 즐겁고, 만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하고 귀한 몸이 되어도 역시 근심이 가득 하다는 말이다. 가난함 자체를 즐긴다는 말이 아니다. 나의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부귀해도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더 부자가 될 욕심 때문에 근심이 가득하다는 말로 해석 된다. 

프랑스 구전 우화가 있다. 어느 날 왕이 직접 군을 지휘, 전쟁에 나갔다. 완패 해 겨우 목숨만 건졌는데 산속으로 흩어졌다. 적군이 코앞에 있으므로 살기 위해 숨을 죽이고 있다가 적군이 물러가자 이틀 동안이나 굶어 허기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마침 산속에서 나무꾼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며 한 끼 식사를 구걸 했다. 

국왕은 사흘 만에 거친 잡곡과 채소 주먹밥 한 덩이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이 주먹밥이 평생에 먹어본 밥 중에 제일 맛있는 밥이었다. 노인에게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물었다. 노인은 ‘당신의 배고픔’ 이라고 답했다. 왕을 궁으로 돌아오자마자 요리사에게 노인이 말했던 배고픔이란 밥을 짓게 했다. 요리사는 도저히 ‘배고픔’이란 밥을 만들 수가 없었다. 나라가 어느 정도 평정되자 사람을 놓아 그 노인을 찾게 했다. 수소문 끝에 노인을 찾아내 그때 먹었던 주먹밥을 만들어 보도록 했다. 노인이 와서 직접 만들어도 그 맛을 낼 수는 없었다. 왕은 평생 그 맛의 주먹밥을 다시는 먹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왕의 행복을 느끼게 한 것은 잡곡 주먹밥이 아니라 며칠 굶은 배고픔 이었다. 한두 끼만 굶어도 반찬 탓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가 부르면 진수성찬도 먹을 수가 없다. 이것이 베버의 법칙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국가별 행복 도를 본다면 선진국이 행복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거꾸로 비교적 가난한 나라들이 행복 도는 더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최근 유엔 산하 ‘지속 가능 발전 해법 네트워크(SDNA)는 조사 가능한 146개국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0여 년간 50~60위 정도에서 머물렀다.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순이었으며 일본 미국 등은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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