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일을 잘 처리해내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타고난 능력이나 재주도 다르다. 누구든지 한 가지 재주는 있어야 그것으로 세상 살아가기가 수월하다. 그러나 ‘재주는 장에 가도 못산다’는 속담처럼 재주는 금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연마 하면서 다져야 훌륭한 장인(匠人)이 될 수 있다. 

맑은 날에는 보통 신으로 궂은 날에는 나막신으로 신는다는 이극구당(履 俱當)이란 말은 온갖 재주를 부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말할 때 비유적으로 쓰기도 한다. 이렇게 무엇이든지 잘하는 재주를 가지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무엇이든지 잘 해내는 사람을 팔방미인이라고 부른다. 

사람의 재주를 수치(數値)로 계량화해서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 그러나 일하는 속도나 양으로 환산해서 값을 치르기는 한다. 재주보다 양으로 따진 것이다. 반면에 창작활동이나 예술품 또는 문학작품 등은 순위를 매기는 데 논란이 생기기도 하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다. 상을 거부하는 사례가 가끔 발생하는 이유다. 

‘팔구지재’는 중국 남북조 시대 산수시인으로 유명한 사령운(謝靈運)은 삼국연의에 나오는 조조(曹操)의 셋째아들 조식(曹植)을 칭찬하며 ‘천하의 글재주를 다 모아 한 섬 이라면 조식 혼자서 여덟 말을 차지한다’ 고 극찬한데서 나온 말이다. 조식이 어느 정도 이기에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까. 조식의 칠보시(七步詩)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제목처럼 일곱 걸음 만에 지었다는 시다. 

자두연두기(煮豆燃豆 ) 두재부중읍(豆在釜中泣)-콩깍지로 불을 때서 콩을 삶는데, 솥 안에서 콩이 울고 있구나. 본시동근생(本是同根生) 상전하태급(相煎何太急)-공대와 콩은 한 뿌리에서 나왔거늘, 어찌 그리 급하게 삶아 대는가. 조조는 병법에도 능통했지만 글재주도 남달랐다. 지금 우리가 읽는 손자병법(孫子兵法)도 조조의 해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문학에 조예가 깊은 조식을 후계자로 정할 생각까지 했었다. 세월이 지나 부친 조조가 죽고 조비가 왕이 되었을 때 시기심이 발동해 어느 날 동생 조식을 불러 명을 내린다. 

“지금 너와 나의 거리가 칠보쯤 되는데 너는 시에 능하다고 선친께서 말씀 하셨다. 그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거기서 여기까지 오면서 시를 하나 읊어봐라. 만약 시로서 가치가 없다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 

참으로 무서운 협박이었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시를 아무리 잘 짖는다고 해도 트집을 잡으면 할 말이 없는 것이 문학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때 조식이 지은 시가 이 유명한 칠보시다. 콩과 콩대가 한 뿌리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는데 핍박받는 자신을 한탄하며 재촉하는 형에게 하소연 하는 시였다. 동생 조식이 지은 이 칠보시를 들은 조비도 동생보다는 조금 떨어지지만 시인이었다. 흠을 잡아 죽이려고 했지만 흠을 잡을 데가 없었다. 과연 아버지가 아끼고 사랑할만한 재주였다. 

이런 조식을 높이 평가했던 사령운도 시에 대한 자부심은 남달랐다. 조식이 여덟 말이고 남은 두 말 중에 자기가 한말을 차지하고 예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나머지 한말가지고 쓰고 있다고 말했다. 당 시기에 이백(李白)과 두보(杜甫) 그리고 백거이(白居易)등은 조식보다도 더 이름난 시인이었다. 그래도 이런 표현은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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