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마지막 날 국민촛불집회의 구호는 ‘송박영신’이었다. 송구영신을 패러디한 말로 박근혜를 보내고 새해를 맞자는 뜻이다.

죄 값을 치른 이들이 없고, 대통령 탄핵의 시간표도 남아 있기에 아직은 미완의 꿈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새해가 왠지 새해답지 않은 느낌이다. 지난해의 질곡이 그 어느 것 하나 해소되지 않은 까닭이다. 더 많은 과제를 2017년이 떠안고 있는 꼴이다. 국민을 분노케 한 모든 의혹들은 결국 해를 넘겨 정유년의 멍에가 됐다. 탄핵을 받고도 국민과 맞서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농단의 주역들이 2016년을 여전히 아귀처럼 붙들고 있는 셈이다.

추수를 하지 못한 촛불의 염원이 새해를 새해답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벌써 저마다 ‘새 정권’을 꿈꾸고 있다. 소위 대권 잠룡들이 경쟁하듯 내놓은 사자성어들은 이미 촛불 열기 그 너머에 다가서 있다. 나라를 다시 만들자,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들겠다, 낡은 것을 깨트려야 새것을 세운다.

멋진 말들이다. 하지만 지금껏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해오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낯선 나라에서 놀다 온 사람들 같다. 그 어법이 많이 거슬린다. 나라의 국정이 그렇게 무너져가고 있는 동안 도대체 어디에 쳐 박혀 있다가 이제야 나라를 바로 세우느니 마니 국민을 상대로 선언정치를 하고 있느냐는 불만이다.

그들의 그 무책임한 게으름 때문에 세월호는 아직도 물속에 처박혀 있고, 수많은 어린 생명을 앗아간 박근혜의 그 통탄스런 일곱 시간은 아직도 의문투성이로 남아있다. 그리하여 분노한 국민들이 마련한 촛불의 밥상 위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놓더니 다시 지도자인 양 사자성어를 들이대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운운하는 것이다.

2017년은 대선이 치러지는 해, 빤한 주인공들의 그 닭살 연기를 숱하게 봐야 할 생각을 하니 새해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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