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새해는 정유년, 닭의 해이다. 12지신도 중 열 번째 동물인 닭은 여명을 알리는 서조로 여겨져 왔기에 새해가 닭의 해라는 점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소망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설 수밖에 없다. 만인이 일어나 촛불을 켜 들어야 할 만큼 암울한 어둠이 2017의 첫머리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닭은 철저하게 ‘아침 형’ 동물이다. 밤눈이 유난히 어두워 해거름이 깔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둥지에 들어 움직이지 않고 아침이 돼서야 날개를 퍼덕인다. 동트기 직전인 여명에 높은 곳에 올라 길게 ‘꼬끼오’ 목을 빼는 수탉의 요란한 울음소리는 새날이 깨고 있음을 알리는 자명종이다.

닭은 울음소리로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존재이기에 ‘태양의 새’라 부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둠을 잡귀들의 시간이라 믿어왔던 옛 사람들은 닭을 영물로 간주했다. 장닭이 훼를 길게 세 번 이상 치고 꼬리를 흔들면 산을 내려왔던 맹수들이 되돌아가고 귀신들이 모습을 감춘다고 믿었다.

옛 사람들에게 새날을 알리는 시보나 다름이 없게 받아들여진 닭 울음소리는 무속신화나 건국신화에서 천지개벽이나 국부의 탄생을 상징한다.

제주도 무속신화 천지황 본풀이 서두에서는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 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며 천·지·인의 조화로 태초의 시간이 탄생했음을 노래한다.

김알지 신화에서는 “호공이 밤에 월성을 지나는데 황금 괘가 걸려있는 나무를 발견했고, 그 밑에서 흰 닭이 울었는데, 그 금괘에서 곧 동자가 나와 성을 김씨라 하였다”고 적었다. 나라를 통치할 국부의 탄생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정초, 시국에 드리워진 어둠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탓인지 정유년 새해, 닭의 해를 맞는 느낌은 이렇듯 한국인들에게 심상치가 않다.

2017 새해 아침에도 어김없이 그 어디에선가 길게 목울음을 뽑았을 닭도 그 울음소리에 우리의 소망을 담아냈으리라.

부디 찬바람 몰아치는 광장에 서서 시린 손을 모아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고 외치는 온 국민들의 절절한 바램에 응답하는 ‘새 나라’를 달라고!

박호재 편집위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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