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인간은 삶속에서 크고 작은 일을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일을 만났을 때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 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역량이 돋보인다.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맞서서 해결하려고 하고 소극적인 사람을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애를 쓴다. 특히 상급자의 잘못된 일을 알면서도 그냥 따르는 자가 있는가 하면 용기 있게 나서서 바로 잡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살이 좋은 게 좋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면 언젠가는 봇물 터지듯이 붕괴되고 말 것이다.

‘우사생풍’은 본래 일을 만나면 바람을 일으키며 해결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고사였다.  바람을 일으켜 사사건건 시비를 일으킨다는 부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전한시대 조광한은 하급관리로 시작했으나 청렴하고 겸손했으며 일을 잘 처리했으므로 젊은 나이에 경조윤의 자리에 까지 올라갔다. 당시 세도가였던 두건은 지붕공사 감독을 하면서 부당한 폭리를 취하는데도 나서서 말하는 자가 없었다.

조광한이 두건에게 완곡하게 통보했으나 자기의 배경을 믿고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광한은 보라는 듯이 두건을 잡아 가두었다. 두건의 문객들은 그를 빼내려고 온갖 수작을 벌였으나 사형을 집행해버렸다. 장안의 백성들은 조광한의 이러한 결단력 있는 처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일을 계기로 영천 태수로 부임해 갔다. 그곳에는 지방 토호(土豪) 원(原)씨와 저(褚)씨 집안이 횡포를 부리며 살고 있었다. 그들이 비호하는 문객들은 난을 일으켜 도적떼가 되기도 했다. 부임했던 태수들도 손을 쓰지 못했던, 다루기 힘든 존재들이었다. 조광한은 고심 끝에 부임한지 한 달 만에 원씨와 저씨 가족들 중 가장 악랄한 몇 명을 처형해 버리자 고을이 발칵 뒤집히는 사태가 일어났다. 

일찍이 그들은 서로 결탁해 혼인은 하며 한 가족처럼 끈끈한 한패가 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 매우 분개 했으나 바로잡기 위해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쓰기로 했다. 그 중 쓸 만한 사람 몇 명을 선발해 표창을 하고 자신의 명을 따르도록 만들었다. 조광한은 이들을 이용해 일부러 정보를 흘리게 했다. 거짓정보로 족벌들 간에 이간질을 시켜 서로 의심이 싹트도록 만들어 갔다. 동시에 몇몇 관리자들을 밀고자로 심어두고 누군가 투서를 폭로하면 고발자의 이름을 세도가 자제들의 이름으로 바꿔치기 했다. 이런 이간질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 서로가 원한이 생기는 데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들의 파벌은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며 나뉘어 흩어지기 시작하며 사회 분위기도 완전히 뒤바뀌어 갔다. 관리와 백성들은 악행을 고발해 와 조광한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며 평정을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도적들이 사라지며 불법을 저지르지 못하고 영천 고을이 태평을 누리는 고을로 변했다. 고을이 태평을 누리게 되자 조광한도 명성이 높아졌으며 투항해온 흉노족들 까지도 조광한의 명성을 알 정도였다. 

젊어서 이렇게 대쪽같이 법에 따라 집행하며 명성을 떨쳤던 조광한도 적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남들이 꺼려하는 일도 서슴없이 공평하게 처리하기로 소문났던 그도 물러날 때를 알지 못했다. 당시 한 선제(宣帝)는 조광한이 싫어지기도 했고 무고한 사람을 많이 해치기도 한 몇 가지 죄를 열거했다. 당시 명망가 소망지의 주장을 비준하며 사실상 조광한을 내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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