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일들을 포장하거나 좋지 못한 기억들은 지우고 자랑스러운 일만 기억하려는 심리를 ‘므두셀라 증후군’ 이라고 한다. 과거를 아름다운 것으로 추억하려는 것은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있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 증후군에 걸린 사람들은 아름다운 추억과 기쁘고 좋은 시절만 기억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좋지 않은 기억은 지우려 한다. 지워지지 않으면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왜곡해 버리는 특징이 있다. 

이런 증상은 60대 이상이 넘어가는 노년층에서 대체로 많이 나타난다. 젊은 시절 항상 자신이 행복했다고 생각하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실이 어렵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과거로의 회귀(回歸)본능을 보인다. 현재의 불만스러운 것들을 과거 좋았던 기억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일종의 도피심리라고 볼 수 있다. 

과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일부 학생들은 책과 교복을 찢으며 밀가루를 묻히고 어른들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해방이라는 짜릿함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현재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 그때가 좋았지 하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있다. 술자리에 앉으면 군대 이야기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게 다시 군대 가고 싶으냐고 물으면 고개를 가로 젓는다. 지난일은 힘들었어도 추억이 되지만 다시 하라고 하면 하기 싫은 것도 므두셀라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 창세기(創世記)에 등장하는 인물로 인류 역사상 가장 장수한 인물이다. 얼마나 오래 살았을까? 187세에 라멕을 낳았고 라멕은 180세에 노아를 낳았으며 그 후 602년을 더 살다가 죽었으니 969년을 살았다. 그가 죽은 해에 유명한 홍수가 일어나 세계가 물에 잠기는데 손자인 노아의 방주에 들어가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노아의 방주 이전에는 보통 인간의 수명 7~8백년은 일반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므두셀라는 장수한 사람이다. 현존하는 나무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는 나무가 약 4900년 되었다고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소나무 과의 일종으로 명칭이 므두셀라다. 장수한 므두셀라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의 행복을 위해 좋은 추억만 소환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위해 긍정적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개인적인 인간관계속에서도 나쁜 기억보다는 좋았던 일들을 회상하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도 좋은 일만 기억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집단 므두셀라’ 증후군은 경계해야 한다. 특히 위정자들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압축성장 때를 기억하며 유신(維新)시대와 군사 독재시절, 심지어 일본 제국주의 시절의 향수까지 떠올리는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일부 지도층에 있었던 사람들이 볼 때는 그 시절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겠지만 국가발전이라는 미명하에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어려움을 겪은 시기였다. 

이런 것들이 전형적인 집단 므두셀라 증후군의 대표적 사례다. 극히 일부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유신과 군사독재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고난과 희생으로 버텨온 국민들은 그리워할 과거가 못된다. 현실을 부정하고 안정적으로 기억되는 과거로 돌아가 향수(鄕愁)에 젖는 것은 일종의 퇴행(退行) 심리다. 실제로 돌아갈 수 없으므로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며 그리워하면서 복합적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요즘 과거 기성세대들이 즐겨 불렀던 트로트(trot)가 코로나라는 특수한 위기를 거치며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이것도 므두셀라 증후군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경기가 위축 되고 비 대면을 강조하므로 TV시청률이 높아지자 장년층을 겨냥해 트로트열풍을 만들어 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만들어내며 무명가수들을 최고의 유명가수로 만들었다. 추억에 젖어있는 노래들을 구사하며 차세대 스타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팬 층을 형성해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트로트를 잘 모르던 사람들이 트로트의 이질감을 간접적으로 겪으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것도 과거의 좋은 기억을 상기시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므두셀라 증후군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그때의 상황에 따라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먼저 선점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기쁨도주고 돈도 벌수 있으니 좋은 마케팅 전략이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