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지나치게 모자라지 않고 넘치지도 않고 도리에 맞는 것을 중(中)이라고 하고, 떳떳하며 변함없이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것을 용(庸)이라고 한다. 말은 쉽지만 사람이 실천하며 살기는 녹록치 않은 심오한 말이다. 그런데 중용(中庸)을 취한다고 해도 그것을 판단할만한 잣대 즉, 저울이 없다면 중용이 아니라 또 하나의 고집(固執)이 된다는 말이다. 권(權)자는 흔히 권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많이 쓰이지만 본래는 저울추를 나타내는 명사로 쓰였다. 

사서(四書) 중에 《중용(中庸)》은 공자(孔子)의 손자 자사자(子思子)가 지었으며 본래 《예기(禮記)》 31편에 나오는 편명이었는데 송나라 때 주희(朱熹)가 한 권의 책으로 독립해 사서 중에 한권으로 설수 있었다. 분량은 3560자로 비교적 적으나 철학적인 요소는 제일 깊이가 있는 고전이다. 서양의 철학 계보를 잇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코니마코스 윤리학》에서 “지나침과 모자람은 악(惡)의 특색이고 중용은 덕(德)의 특색”이라고 했다. 중용을 쓴 자사자보다 약 100년 후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인용해 쓰지 안 했는가? 의심이 갈수도 있는데 중국의 전국시대 당시에는 서양과 전혀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라 서로 다르게 주장했으며 뜻은 같은 말이다. 과음이나 과식이 건강에 좋지 못한 것은 모두 알고 있지만 잘 지키지 못한 것이 우리 인간이다. 과음 과식은 오히려 인간보다 짐승이 질서 있게 잘 지킨다고 한다. 

중용은 저작(著作)한 자사자의 제자로 알려진 맹자(孟子)는 왕도 정치를 주창하면서 유교를 숭상했고 《맹자》라는 고전으로 후세인들에게 전한다. 《맹자》도 맹자가 저술한 것에 제자들이 더 보태서 만들었다. 〈진심(盡心)〉 상편에 극단적인 두 학자를 비교해 이기적 쾌락설(快樂說)과 무차별적인 사랑 겸애설(兼愛說)을 비교해 설명했다. 먼저 이기적 쾌락설을 위아설(爲我說)이라고도 하는데 양주(楊朱)가 주장했다. 자신의 입장을 취해 머리털 하나를 뽑아 천하를 이롭게 한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반해 무차별적인 사랑을 주장한 묵적(墨翟)은 평등하게 사랑하는 입장을 취하며 이마에서 발꿈치 까지 닳아 없어진다 하여도 천하에 이로움이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막(子寞)은 그 가운데를 잡겠다고 했다. 얼핏 보기에 가운데를 잡으면 도(道)에 가깝다고 보기 쉽지만 가운데를 잡았어도 그것을 가늠할 추(錘)가 없으니 결국 한 가지를 고집하는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한쪽만 고집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중용의 도를 해치며 한 가지 일로 백가지를 막아 버리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기적 쾌락설은 인(仁)에 어긋나고 무차별적인 사랑 겸애설을 주장하는 묵자는 의(義)에 어긋나며 그 중간을 고집한 자막은 시(時) 즉 때에 따라 변할 줄 모르는 시공(時空)에 어긋난다고 했다. 중에 있기는 있되 때에 따라서 변하면서 바뀔 줄 알아야 함을 말한 것이다. ‘집중무권’을 가지고 맹자가 우리에게 주고자하는 메시지는 저울추는 무겁고 가벼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중간을 잡았더라도 고정되어 있다면 중용적인 삶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어느 한쪽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어느 시기, 어떤 입장 그때의 상황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고정불변이 아니라 달라져야 함을 말한다. 쉬운 예로 정치적으로 나하고 같은 당에서 내는 소리도 잘 못되었으면 충분히 나의 소신을 말할 줄 알아야 되고 상대 당에서 나온 의견인데 옳다고 생각하면 박수 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상대의 의견이나 행동을 조금만 잘못이 있으면 약점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고 좋은 안건이 나와도 대안도 없이 반대만 일삼는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해 고칠 부분과 잘 못된 부분을 대안을 내 놓으며 긍정적으로 토론을 할 때 서로 적대시 하지 않고 윈윈(win-win) 해서 국리민복을 위한 민생정치가 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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