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번 결정된 경로는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지속 될까. 다른 길이 있는데도 자기가 한번 갔던 길을 고집하는 것을 ‘자물쇠 효과’라고 한다. 산모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출산하면 유명 우유사에서 우유를 공짜로 준다. 이것이 자물쇠 효과를 이용한 가장 쉬운 마케팅 방법 중의 하나다. 아이가 한번 입맛을 들이면 그 우유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도 그러한데 어떤 것에 익숙해진 어른은 어떻겠는가. 

자물쇠 효과는 국가나 산업현장 기업, 정치적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 미국의 학자 폴 피어슨은 정책에 영향을 받은 대상자는 정책으로 얻은 이득과 작용 때문에 정책에 대해 이해관계를 갖게 되는 자물쇠효과로 인해 계속 그 정책을 지지하면서 경로의존의 성향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특정 기술이나 그 방향에 연관되어지면 관계자들의 영향력에 반하여 변화를 추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구조의 속성에 의해 행위자의 인지가 결정되면 행위의 패턴이 그 구조에 이미 관성화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기업과 관련된 자물쇠 효과도 소비자들이 그동안 사용해 왔던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다른 것으로 전환하려고 할 때 이미 쌓인 마일리지나 포인트 등으로 이를 저지하는 것이다. 또한 그에 따른 부품으로 자물쇠를 채우기도 한다. 말하자면 이미 들여놓은 기계를 계속 쓰려면 그 회사를 상대하지 않으면 부속품을 전달받지 못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서비스가 조금 맘에 안들 어도 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처음부터 아예 계약하면서 자물쇠를 채우는 경우도 있다. 이동통신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도 여기에 해당한다. 고객은 누구나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한다. 이런 성향을 이미 알고 있는 사업자는 최신 단말기를 싼 가격에 어떤 경우에는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거기에는 분명히 단서가 꼬리표처럼 붙는다. 약정 기간 내에 다른 이동통신사로 바꿀 경우 적지 않은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사인을 하면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것이다. 특히 어떤 상품에 수요가 형성되면서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면 사용자가 몰리게 되고 몰릴수록 사용자가 늘어나게 되는데 네트워크를 유발하면서 자물쇠 효과는 더욱 견고해 진다. 

금융거래도 자물쇠 효과를 벗어날 수 없다. 오늘날의 은행은 모든 금융거래의 거점이다. 우선 내가 지정한 특정은행에 구좌개설을 하고나면 현금거래를 비롯하여 카드, 급여이체, 공과금 납부 등 많은 부차적 온라인 거래가 해당 개설 은행구좌를 통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려면 개인정보 수정을 해야 하는 등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주거래 은행을 한번 개설하면 쉽게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무형의 전환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1차 시장 재화의 구매당시 계약 조건에 의해 소비자에게 보이지 않게 자물쇠가 채워지는 경우다. 이 때도 자물쇠를 풀려면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카드사와 항공사에서 이른바 마일리지 포인트 적립 이라는 제도를 시행한다. 이것도 일종의 자물쇠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각 사에서 제공하는 혜택이나 품질이 비슷할 경우 다른 브랜드로 전환할 비용이 적거나 없으므로 자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도록 마일리지를 만들어 그 회사를 떠나면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을 준다.  소비자가 타사로 이동하게 되면 이미 적립된 마일리지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호 보완재라고 하는 기초제품과 소모품의 조합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를 말하는데 교체주기가 비교적 긴 프린터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잉크를 곁들어 판매하므로 부가적 수입을 얻고 특정 제품에서만 호환 가능한 잉크를 적용해 타사제품의 전환 장벽을 높이려 한다. 면도기와 면도날 등 부분적으로 교체해서 쓰는 제품들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자물쇠 효과를 완화하려면 휴대폰 충전기 잭 같은 것을 통일하여 어떤 회사 것에나 맞도록 하면 모두가 편리할 것이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자사제품만을 고집하는 회사도 있다. 

자물쇠 효과는 교육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어린 시절 경제신문을 읽고 자녀와 토론을 하면 어려서부터 경제관념에 생각들이 잘 정리되어 어른이 되어서도 머릿속에 각인된 질서 있는 경제관념을 갖는 긍정적 요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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