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우리는 역사적으로 공직자의 모범은 청백리다. 지금도 ‘청백리’를 외친다.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적은 사람을 청렴하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귀감이 되면을 청백리(淸白吏)라고 한다.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을 남긴 사람이 217명이라고 한다. 이는 단순히 역사 기록에 나타난 사람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정말 청렴하게 살았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중국에 지금 까지도 회자(膾炙)되는 청백리 두 사람을 살펴보자. 

춘추시대 노나라 재상 공의휴(公儀休)의 이야기다. 공자(孔子)의 고향인 노나라의 박사이며  재상으로 있을 때 이야기다. 학식과 재능을 겸비해 법을 준수했으며 천하 이치를 따르고 함부로 법을 바꾸지 않았으므로 모든 관리들이 존경하며 따랐다. 그는 유난히 생선을 좋아했다. 어느 날 빈객이 좋은 생선을 그에게 보내왔다. 그러나 돌려보냈다. 다른 빈객이 “당신은 생선을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받지 않고 빈객의 성의를 무시합니까?” 물었다.

공의휴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물론 생선을 누구보다도 좋아 합니다. 그래서 생선을 받지 않았습니다. 지금 나는 재상이라는 높은 관직에 있으므로 그 녹봉으로 능히 생선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생선을 받아먹고 벼슬에서 쫓겨난다면 누가 내게 생선을 보내주겠소. 그렇기 때문에 먹고 싶지만 생선을 받지 않는 것이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일수록 받지 않아야 재앙에서 멀어진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나온 고사가 공의휴기어다(公儀休嗜魚). 

또 한사람 사지(四知)라는 고사를 만들어낸 후한시대 양진(楊震)이라는 사람을 보자. 해박한 지식과 깨끗한 성품으로 ‘관서공자’라는 칭호를 받으며 모범적으로 산 인물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인 쉰에 천거되어 동래 태수로 임명받아 가는 길이었다. 창읍이란 고을에서 묵게 되었는데 이곳 현령 왕밀은 양진이 태수로 발탁되어 간다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었다. 왕밀은 밤중에 양진을 아무도 모르게 찾아갔다. “태수님 저를 모르겠습니까? 옛날 태수님께 은혜를 입어 이 지방 현령으로 있는 왕밀입니다.” 

양진은 얼른 기억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얼굴을 보며 “오호라! 이제 생각났네. 그동안 잘 지냈는가. 자네로구먼.” 형주 자사로 있을 때 그를 추천했었는데 잊고 살았었다. 그 덕분에 왕밀은 벼슬길에 나갔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답례도 한번 못했는데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두 사람이 구면이기도 했지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벽녘이 되자 왕밀은 옷자락에서 황금 열 냥을 꺼내 넌지시 양진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이것은 지난날 대인께서 저를 도와주신 보답입니다. 부디 받아 주십시오.” 양진은 온화하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대의 인품과 학식을 보고 추천했는데 이럴 수는 없네. 그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었단 말인가?”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날의 제 성의입니다. 지금은 깊은 밤중이라 저와 태수님 외에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받아 주시지요.” “아무도 모르다니 그것은 틀린 말 일세 그대가 알고, 내가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 왕밀은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물러나와 양진을 본받아 태위(太尉)라는 높은 자리에 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여기에서 사지라는 고사가 유래됐다. 

다산 정약용 선생도 유배시절 목민관들의 청렴을 강조하면서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했다. 사실상 공무원 시험에 국어 영어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공직자가 지켜야할 목민심서 같은 것이 시험과목으로 채택되면 더 좋지 않을까? 율기육조(律己六條) 청심(淸心)편에 ‘청렴이라는 것은 목민관의 기본 임무이고 모든 선(善)의 근원이며 모든 덕(德)의 근원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백성들을 다스릴 목민관들의 지켜야할 도리를 써놓은 책이다. 이 시대에 공직을 맡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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