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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의 법칙(法則) 이야기<199>심성회계
영광군민신문 | 승인 2022.11.15 17:51 |

우리는 돈을 어떻게 취급하고 어떻게 사용하는가. 인간이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것이 돈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쓰면 돈인 줄 알았는데 돈에도 제목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의 차원을 넘어 돈에 대한 판단과 의사결정에 관한 중요한 의미를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궁극적으로 돈이라는 것이 같은 돈이지만 제목이 존재하며 때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취급 받는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행동 경제학의 대부로 알려진 미국의 리처드 세일러(Richird H. Thaler)교수가 인간의 판단을 설명하면서 쓴 용어다. 세일러는 어차피 합치면 다 같은 돈이지만 그 돈의 심리적 목적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두 상황을 가정해서 설명하자면
상황 A: 10만원이 지갑에 있었는데 영화관에 갔다. 영화표는 1만원이다. 그런데 오는 길에 1만원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상황 B: 10만원이 있었는데 오후에 볼 영화표를 1만원을 주고 미리 사두었다. 지갑에는 9만원과 영화표가 있었다. 시간이 되어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영화표를 잃어버리고 없었다. 영화표는 재발급 되지 않았다. 그래도 영화를 보시겠습니까? 

상황 A에서는 88%의 사람들이 영화를 보겠다고 답했다. 상황B에서는 46%의 사람들이 보겠다고 하니 약 절반 가까이 줄었다. 1만원의 가치는 같은데 화폐의 대체성이라는 점에서 현금 1만원과 영화표 1만원은 왜 다르게 가치 인식을 할까. 이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를 심리학자 세일러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상황 A의 사람은 지갑에 들어있는 돈에 대한 마음의 계좌가 하나인데, 상황 B에서는 사람이 영화표 계좌가 따로 있는 두 개로 본 것이다. 즉 상황A는 10만원 중 1만원이 빠진 10%의 손실로 보는데 상황B는 두 계좌 중 현금 계좌 9만원은 그대로 있고 1만원 짜이 영화 계좌가 100% 사라졌다고 보기 때문에 손실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 ‘심성 회계’라고 한다. 다른 말로 심적 회계 또는 마음의 회계라고도 하는데 영어로는 ‘멘탈 어카운팅(mental accounting)’이라고 한다. 

각자의 마음속에는 기업의 회계장부와 같이 주관적 플레임이 있는데 돈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합리적인 가능성을 추론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틀의 범위를 벋어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상품을 구매할 때도 신용카드나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현금으로 결제할 때보다 구매욕이 왕성한 것도 바로 심성회계 때문이라고 한다. 현금을 사용할 때보다 돈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느슨해져 지출이 쉽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던과 마이클 노튼이 공동으로 쓴 책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구매하는 순간에 느끼는 고통이 경감된다. 신용카드로 인해 일종의 분리감이 생겨 현명하고 개념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지름신(사고 싶은 욕구가 있으면 분별없이 사게 만드는 가상의 신)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분리감 때문에 지출에도 무감각 해진다. 이와 관련해서 실험 참가자 30명에게 월말 청구서를 확인하기 전에 카드대금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보라고 하면 대략 30%정도 낮게 계산했다.”

신용카드의 결제기간이 한 달인 이유도 심성회계 마케팅을 노린 것이다. 만약 결제기간이 일주일 단위로 한다면 한 달일 때보다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결제 기간이 짧아지면 현금지출과 차이가 없어 지출이 줄어지고 반대로 기간이 길어지면 지출은 많아  지지만 가입업소의 유동성이 둔해지므로 부담이 된다. 그래서 나온 것이 결제기간을 무한대로 늘려놓은 것이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이다.     

심성회계의 한 유형으로 ‘하우스 머니 효과’라고도 부르는데, 합법적 도박장 즉 카지노가 있다. 도박장에서 딴 돈과 땀으로 번 돈의 차이는 소비성향에서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카지노에서 현금을 보면 아까운 생각이 들 수 있으므로 칩으로 바꿔서 쓴다. 돈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줄여 대담하게 베팅할 수 있도록 심성회계를 이용한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불로소득이 생기면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하고 헤프게 쓰지만 땀 흘려 번 돈은 노심초사하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한다. 그래서 재테크의 첫 걸음은 저축이라고 가르친다.  

심성회계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지갑 속에 20만원을 가지고 다니면 나도 모르게 20만원이 써서 없어진다. 그러나 비상금으로 5만원을 다른 칸에 분리해 보관하면 좀처럼 쓰지 않는다. 결국 합해서는 같지만 명목을 달리해서 아끼려고 하면 절약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달걀을 한 그릇에 쌓아 담는 것 보다는 의미는 조금 다르지만 여러 곳에 나눠 담고 주식 투자도 분리해서 투자하는 것도 심성회계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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