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자신의 지식을 겸손하게 이르거나 학문의 중요함을 말하는 고사. 송나라 나대경(羅大經)이 쓴 학림옥로(鶴林玉露)에 나오는 말이다. 송(北宋)나라를 10세기에 건국한 태조(太祖) 조광윤(趙匡胤)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 중에 조보(趙普)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려서는 무인기질이 있었고 학문에는 별로 관심이 없던 사람이다. 그러나 장군이 되어 천하통일 하는데 적지 않은 공으로 인하여 중책을 맡게 되었다.

초기에는 정치를 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높은 직책을 맡고 보니 주위사람들의 시기(猜忌)와 질투(嫉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에 굴(屈)하지 않고 두문불출(杜門不出) 하며 공부했다. 자기 방을 누구든 출입을 금(禁)하였다. 자식들이 볼 때 아버지가 아주 좋은 비장(秘藏)의 책을 숨겨두고 혼자만 보기 때문에 아주 대단한 것이라 생각했다. 태조 조광윤의 뒤를 이은 왕은 아들이 아닌 동생 태종(太宗) 조광의(趙匡義)다. 그는 연이어 재상(宰相) 직을 맡게 된다. 그를 반대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이 조보는 출신성분이 분명치 않으며 공부는 ≪논어≫(論語)밖에 하지 못해 무식(無識)하여 재상자리를 감당하기에는 부적합 하다고 비방(誹謗)했다.

태종이 이 말을 듣고 조보를 불러 정말로 논어밖에 읽은 책이 없냐고 물었다. 조보는 숨김이 전혀 없이 다음과 같이 거침없이 대답한다. “신이 평생에 아는 바는 진실로 논어를 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전에 그 절반을 태조께서 천하를 평정하시는데 보필 했고 이제는 그 나머지 반으로써 폐하께서 태평성세를 이룩하시는 데에 보필하고자 합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태종은 반대파의 세력을 무시하고 조보를 재상 직에 임명했는데 정치를 매우 잘해 명재상이 되었다.

서기992년 조보가 너무 늙고 병들어 재상 직을 수행 할 수 없어 떠나자 태종은 그를 위국공(衛國公)에 봉(封)했다. 그해 7월 조보가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은 유품(遺品)을 정리하면서 큰 기대를 했다. 무장 출신으로써 배운 것이 없던 사람이 날마다 감춰 놓은 책을 보며 명재상 소리를 들었기에 더욱 비장의 무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가 더욱 컷을 것이다. 그런데 숨겨놓고 있었던 것은 아무리 찾아봐도 논어 한 권 뿐 이었다고 한다.

조보는 논어 반 권으로 신념과 지혜를 세워 명재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 그 뒤 반부논어는 논어 공부의 중요함이나 지식의 겸손함을 표현하는 말로 널리 사용하여 왔다. 반부논어치천하 반(半部論語治天下)라고 많이 쓰여 왔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어려서 보다도 나이 먹어서 방대한 독서를 통하여 훌륭한 정치가가 되었고 우리 민족을 사랑한 세종대왕(世宗大王)이나 이순신(李舜臣)장군, 다산 정약용(丁若鏞) 선생 모두 독서를 통하여 큰 업적을 후세에 남겼다. 이 시대에 현학적(衒學的) 지식과 높은 학력(學力) 자랑할 만한 경력(經歷)을 가진 사람들 중에 시류(時流)에 편승(便乘)하여 의존(依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학력 경력 지식 모두 중요하지만 백성을 위한 애민 중심을 향한 깨달음, 정의로운 실천이 더 중요 하지 않을까? 오늘날 국정농단(國政壟斷)이란 대 혼란과 측근 비리(非理), 배신(背信), 문란(紊亂)한 사태를 보면 학력이나 지식의 양(量) 보다는 신념에 중심을 세운 인성(人性)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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