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정 변호사

누군가에게 맞아서 부은 자식의 얼굴을 발견하였을 때, 괴롭힘을 당하여 자식이 학교 다니기를 거부할 때, 내 자식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으로 지목되었을 때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부모의 태도는 자식이 학교폭력 피해학생인지 가해학생인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많이 목격하였다.

폭력의 사회적 이해는 힘 있는 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으로 힘의 불균형에 주목한다. 학교 생활관계에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교와 폭력이라는 두 단어가 결합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개념에는 이뿐만 아니라 학생의 거칠고 혐오스러운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자극적인 뒷담화, 습관적인 욕, 패드립(부모님을 욕하는 패륜적 언어), 위험한 장난, 따돌림 등 청소년의 독특한 심리가 작용한 폭력적인 행위까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 즉 학교폭력 개념의 범위에는 권력적 폭력 현상과 청소년 일탈적 폭력 현상 모두를 포함하게 되어 학생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다툼도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학교폭력을 자기 나름의 기준으로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가 체험학습 활동 중에 놀다가 싸운 사건, PC방에서 게임하다가 500원을 빌리고 거절하면서 습관적으로 욕한 사건, 툭툭 건드는 장난, 웃고 놀리는 농담, 성적 호기심에 동성 친구를 만지는 사건 등을 학교폭력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표현한다. 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참여할 것을 권한다.

언어폭력이든, 사이버폭력이든, 성폭력이든, 신체폭력이든 사건의 주인공이 학생이라면 사회는 이 사건을 학교폭력이라고 부르며 순식간에 뜨거운 이슈가 되어버린다. 학생은 부모의 귀한 자식이고, 선도의 대상이며 누구나 학생이었던 시절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하여 교육부는 학교폭력 대책 및 예방에 관한 법률(약칭: 학교폭력예방법)에서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학교의 교육적 재량을 상당히 박탈하는 방향으로 학교장의 의무를 정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의 내용을 요약해보자.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인지하게 되면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학교 차원에서 조사를 하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여 학생에 대한 보호조치, 선도조치를 논의하여 결정하게 된다. 학교장은 결정된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고, 가해학생은 선도조치로 인해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선도조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졸업시 삭제될 것이다.

만약에 내 자식이 학교폭력 가해학생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에서 학교폭력을 조치하는 것과 사법기관에서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학교폭력의 내용에 따라 법적 분쟁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건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야 하겠다. 학교폭력 중 언어폭력 사안은 형법상 모욕죄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 의사에 따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 성폭력 사안은 교사에게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어서 반드시 경찰 조사가 병행되기도 한다. 야간 집단 폭력 사안은 보호관찰 처분 또는 소년원에 보내지는 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학생에게 용서를 구하고 폭력으로 커진 두려움을 안심되도록 마음을 돌이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을 지목하여 신고하는 것으로 사건이 시작되는데, 이때 왜 내 자식인지 따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해학생으로 지목되면 학생들은 장난이라고 말하면서 학교폭력이 가벼운 것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본능적으로 자기를 보호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믿기보다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가해학생이 학교폭력 신고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보복성의 발언을 하지 않도록 엄중히 지도해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전학조치 또는 퇴학조치까지도 결정할 수 있고 각 조치마다 가해학생에게 불이익을 강제하므로 이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학교 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다. 또한 피해 보상과 관련하여 위자료 금액 합의가 원활하지 못해 소송 또는 학부모간의 몸싸움도 벌어지는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의 태도, 상대 학부모의 태도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워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간의 감정 갈등, 학교와의 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법원에서 옳고 그름을 가려 승소하였던 학부모가 있었는데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은 손톱을 물어 뜯어 손톱이 남아 있지 않았고,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여 고등학교 진학에도 어려움을 겼었다. 아마도 그 학생은 소송으로 매일 감정이 흥분되어 있는 부모에게서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양승정 변호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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