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인간을 만드시고 한 개의 눈만을 주시지 않고 두 개의 눈들을 붙여 주셨다. 분명히 우리 얼굴에는 두 개의 눈들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 두 개의 눈을 목전의 이해관계에만 고정하고 살아간다. 두 눈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니고 외눈박이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려 깊다’는 말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보이지 않는 걸 보는 사람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현안에만 시선이 고정되어서는 사려 깊을 수 없다.

‘사려 깊게 살아가는 것’은 두 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각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 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결정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또 하나의 눈이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사려 깊은 삶뿐만 아니라 두 눈을 가졌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만이 인간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킬 수 있다. 두 눈을 가진 사람은 캄캄한 흑암 속에서 밝아오는 여명을 본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 속에서 겨울을 대비한다.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땅 밑에서 돋아 오르고 있을 새움을 보는 자다. 

정적 속에서 폭풍소리를, 정의의 구호 속에 가려져 있는 불의를, 모함 속에 있는 진실을….  이게 다 두 눈이 있어야지 보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눈을 가진 사람은 보이는 것의 외형, 외피뿐만 아니라 그 속에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눈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인간의 정신세계가 확장되고 고양된다. 또 두 눈들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는 것이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길이가 192km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강릉에 채 못 미치는 거리다. 그 수에즈 운하는 1859년 기공, 10년 후인 1869년 완공했다. 덕분에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서 영국에서 인도로 가는 뱃길이 6,400km나 단축되었다. “이 땅을 파서 바다를 연결합시다.” 일반사람이 들으면 미친 소리 아니겠는가? 해발 3.842m 몽블랑산 에기 디 미디 봉우리까지 “케이블카를 놓읍시다.” 넋 나간 소리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수에즈 운하 턱에 서서 지중해와 홍해가 갈라졌다고 보지만, 이걸 연결하면 뱃길이 줄어든다고 주장하는 두 눈을 가진 사람들을 비방하지 않고 도와주는 또 다른 두 눈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이 두 눈을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후원해주는 사람들 또한 두 눈을 갖지 않았더라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두 눈을 가진 사람에 의해서 인간의 문명은 발달하고 미래가 개척된다.  

오늘도 끊임없이 정쟁만을 일삼는 정치인들을 보면, 저 분들에게 과연 두 눈이 있을까? 저 분들에게 2050년, 2100년의 대한민국에 대한 청사진이 있을까? 걱정스럽다. 미래를 염려하고 준비하는 두 눈의 정치인들인가? 외눈박이인가? 의구심이 들 때가 참 많다. 중요한 것은 두 눈을 가지지 않으면 절대로 역사와 미래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만 보이고, 나만 옳은 정치는 없다. 그런 세상도 없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과거와 미래를 통찰하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 상황에 굴종함 없이  오히려 인간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고, 문명을 발전시키고, 역사의 미래를 대비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성숙한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두 눈 가진 외눈박이의 삶이  아니라 진짜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살아가는 지혜로운 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진실을 외면하고 현실적 이익만 좇는 세태가 안타깝다. 

자기만이 옳은 세상은 현실적으로 없다. 그런데도 세상에는 자기만 옳고, 남들은 다 틀리다고 강변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진리를 추구한다는 학문은 물론, 과거의 역사까지도 힘의 논리에 의해 재단되길 거듭하고 있다. 뒤틀어진 역사, 뒤틀어진 정치라도 자기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최소한 두 눈 부릅뜨고 무엇이 옳은가를 고민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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