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복 해룡고등학교 교장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가지에 눈꽃이 피었습니다. 연두색 싹을 틔워 짙은 녹음으로 우리들의 눈을 청청하게 하더니 이제 눈꽃까지 선물합니다. 자연은 땅속에서, 땅위에서 인내하며 쉼 없는 작업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우리들의 삶도 내면의 시련을 겪으며 성장해 큰 꿈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한나라 때 한신이라는 장군이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한신은 가난했지만 언제나 당당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아니꼽게 본 동네 불량배들은 어느 날, 한신에게 잘난 척을 한다며 다리를 쫙 벌리고 그 밑으로 기어가면 살려준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한신은 꿈이 있었기에 무릎으로 기어 그 다리 밑을 지나가는 아픔을 겪었고, 그 후로 사람들에게 겁쟁이라는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후일 한신은 한고조 유방을 도와 한나라의 최고 개국공신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옛날 그에게 모욕을 주었던 건달을 불러 “그때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너를 죽이면 내가 살인자가 되어 도망 다닐 수밖에 없어 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므로 참았다”라고 하며 그에게 치안을 담당하는 중위(中尉)라는 벼슬을 내렸다고 합니다.

정말로 큰 사람은 꿈을 위해 자기 자신을 인내하며 버릴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만약 한신이 화를 참지 못하고 불량배와 싸웠다면 한신은 뜻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목숨까지도 위태로웠을 것입니다. 조그만 자존심 때문에 인간관계를 망치거나 비전을 버리는 사람은 목적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가을이 되면 푸르른 녹음은 형형색색의 고운 빛깔로 다시 물들어 갈 것입니다. 똑같은 일상처럼 보이는 하루도 수많은 변화를 거듭하며 저물어갑니다. 우리는 거듭된 변화 속에서도 인내하면서 꿈을 이루려고 끝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그럴 때 기회는 찾아오고, 자신의 꿈은 이루어집니다.

정종복 해룡고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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