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우리를 얼굴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라 했습니다. 이젠 버릇처럼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잖습니다. 우리는 낯을 가리고 사는 것을 당연시하며 살았습니다. 마스크를 하니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할 것은 당연합니다.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해도 습관처럼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잖습니다. 서로 마주보며 따뜻한 인사를 나누던 세상이 그립습니다. 

가난하던 시절을 되돌아봅니다. 그 시절 우리는 정말 서로를 걱정하며 정을 나누었습니다. 주변에 배고픈 사람은 없는가도 살폈습니다. 밥 먹었는가를 묻고 꽁보리밥이라도 나누며 살았습니다. 헌 옷도 나누며 살았습니다. 차가 없던 시절이라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나고 또 만나며 살았습니다. 어른들을 뵐 때마다 깍듯이 인사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세상, 따뜻한 세상이었지요.

가난해서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은 그러나 따뜻했습니다. 나도 어렵지만 이웃을 걱정하며 살았습니다. 이제 그 헐벗고 굶주리던 세월은 옛 얘기가 됐습니다. 등 따숩고 배부른 세상이 됐습니다. 그런데 따뜻한 정을 나누던 이웃을 잃어버린 것은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조차 모르고 살아갑니다. 모두 제 앞만 보며 살아가기에 바쁩니다. 추위와 굶주림은  벗어났지만 인정은 갈수록 메말라 가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웃돕기에 나서는 분들이 적잖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런 분들과는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이 적잖습니다. 가난에 쫓겨 삶을 포기했다는 뉴스가 아직은 넘쳐납니다. 모두 가난했던 시절이라면 그들이 외면당하고 죽음에 몰리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을 금치 못합니다. 자기도 어렵지만 이웃의 배고픔과 추위에도 관심을 갖고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누는 세상이었으니까요. 

정부와 지자체의 촘촘한 복지 시스템은 어는 선진국에 못지않다고 합니다. 이웃돕기에 나서는 단체들도 적잖습니다. 그런데 왜 가난에 몰려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이웃에 누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웃집 부엌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서로 알며 살아가던 시절이라면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채 수 십년을 살아가는 세상이 낳은 비극입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살더라도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로 관심을 갖지 않고 사는 것이 편안하십니까? 이웃의 관심이 부담스럽습니까? 아니면 귀찮습니까? 먼저 이웃의 문을 두드려보십시오. 귀찮아하기보다 반가와 할 것입니다. 작은 아파트라도 시골의 마을보다 많은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스스로를 가두지 마십시오. 이웃의 문을 똑! 똑! 두드리는 따뜻한 연말연시를 맞으시길 권합니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