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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일_회사원 |
우리는 예로부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란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왕권사회에서 부모님과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은혜는 임금님과 같다는 말이다. 스승의 은혜는 아버지와 같은데 자식을 보는 눈은 아비만한 눈이 없고 제자를 보는 눈은 스승만한 눈이 없다는 말처럼 자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부모가 잘 알 것이고 가르침에 대해서는 당연히 선생님이 가장 잘 알 것이라는 말이다.
고대 중국왕조 춘추시대 주(周)나라 때 사성기(士成綺)라는 사람이 당시 사상가로 이름난 노자(老子)를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선생님이 성인(聖人)이란 말을 듣고 먼 길을 찾아 와 백일동안을 지켜보았지만 당신은 성인이 아닙니다. 나물을 쥐구멍 앞에 버렸다고 누이동생을 내쫒으니 어진사람이 아니고, 잘 아는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들을 버려둔 체 길러주지 않는 것이 어질지 못합니다.”라고 트집을 잡으며 성인이 못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도 노자는 모르는 체 아무런 대꾸도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음날 다시 찾아온 사성기에게 노자가 말한다. “남들이 나를 성인이라고 말을 했으나 내가 스스로 성인이라고 자처한 적은 없소. 그대가 나를 소라고 했으면 소이고, 말이라고 불렀다면 나는 말이라고 했을 것이오. 진실로 사실이 그러한데도 다른 사람이 그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것을 받지 않는다면 거듭 그 재앙을 당하게 될 것이오. 나는 어떤 행위를 위하여 행동하는 것은 아니오.”
이 말을 들은 사성기는 기러기처럼 옆으로 비켜서면서 노자의 그림자를 밟지 않을까 두려워서 멀리 피하였다. 정말 스승다운 말에 사성기는 자기의 노자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그릇된 것인가를 깨달은 것이다.
춘추시대 관혼상제(冠婚喪祭)에 관한 예절을 모아놓은 《예기(禮記)》에도 스승을 존경하여 스승과 함께 자리할 때는 한길 떨어져 않았다는 석간함장(蓆間函丈)이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요즘 스승의 권위는 어떤가? 스승으로서의 권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스승은 지식(知識)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인성(人性)도 갖추도록 훈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선생님의 가르침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많은 영향(影響)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떤 이유로든지 교권은 살아있어야 하며 선생님으로서의 존엄성이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교권은 어떠한가? 선생님께서 그릇된 제자의 행동을 바로잡으려고 한다면 엄(嚴)하게 훈계해야할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의무이다. 그렇게 자식교육을 위해 훈계했음에도 격(激)하게 항의하며,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폭언을 하거나 심지어는 폭행까지 서슴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어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인성을 갖추게 하는 주체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선생님이 분명하다. 선생님께 함부로 하는 학부모에게 학생들이 보는 시선은 어떨까? 우리 부모님 정말 잘했다고 할까 의문이다. 이렇게 교권이 추락하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면 국가의 미래가 혼란스러울 것이다.
《논어(論語)》에서 공자님은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했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삶속에서도 배울만한 가치가 있으면 누구든지 스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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