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속담인데 중국에서도 ‘목불식정(目不識丁)’이라는 문자를 써가며 ‘눈을 뜨고도 고무래 정(丁)자를 모른다.’고 말한다. 모르면 배워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세상일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 속에서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智慧)가 더 중요하다. 

직업이 무엇이냐에 따라서 농경사회에서는 달랐다. 농사 짖는 데에 고무래 정(丁)자 몰라도 수확량이 달라지지 않는다. 다방면에 전문가가 많아진 현대사회에 조금 인다고 어깨에 힘줄일도 못된다. 이른바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이 오히려 억지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하고 교묘하게 법을 이용하거나 빠져 나가려고 한다. 못 배운 사람들이 오히려 무서워서 법을 더 잘 지킨다.  

조선 중기 우리가 쓰는 돈 5000원짜리 주인공 율곡(栗谷) 이이(李珥)선생이 저작한 초학자들을 위한 책 격몽요결(擊蒙要訣) 서문에 이런 말이 나와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배우지 않는다면 사람답다 할 수 없다. 소위 배운다는 것은 세상일과 별건인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저 부모로서 자애롭고, 자식으로서 효도하고, 신하로서 충성하고, 부부로서 구분이 있고, 어린이로서 어른을 공경하고, 벗으로서 믿음이 있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니 이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항에 따라 각각 그 당연한 이치를 깨닫는 것일 뿐 오묘한 것에 마음을 몰두해 기이한 효력이 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배우지 않은 사람은 마음의 바탕이 좁아 답답하며 식견이 좁아 어둡다.’고 했다. 

사람은 나이가 먹어서도 의욕을 가지고 사느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머리를 쓰지 않고 활동하지 않으면 머리만 늙는 것이 아니라 몸도 빨리 쇠퇴해져 간다. 늘 새로운 길을 찾아 익히려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노력한다면 육체 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고대 춘추시대(春秋時代) 중국의 각 나라 역사를 수록한 국어(國語)에 사람이 배워야함을 강조 하면서 ‘사람에게 배움이란 마치 나뭇가지에 잎이 있는 것과 같다.’고 했다. 나무에 잎이 없고 줄기만 있다면 어떻겠는가. 

조선 후기 문신으로 명망이 있었던 성대중(成大中)은 서얼(庶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성언(醒言)이란 글에서 “겸손하고 공손한 사람이 자신을 굽히는 것이 자기에게 무슨 손해가 되겠는가? 사람들이 모두가 기뻐하니 이보다 더 큰 이익이 없다. 교만한 사람이 포악하게 구는 것이 자기에게 무슨 보탬이 되겠는가. 사람들이 미워하니 이보다 더 큰 손해가 없다. 남에게 뻣뻣하게 굴면서 남에게는 공손 하라 하고, 남에게는 야박하게 하면서도 남보고는 두터이 하라고 한다. 천하에 이런 이치는 없다. 이를 강요하면 반드시 화가 이른다.”고 했다. 그리고 말미에 “귀하다고 교만해지고 젊다고 방자해지며, 늙었다고 나약해지고 가난하다고 초라해지는 자는 모두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배움이란 꼭 가방끈으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인격(人格)과 품성(品性) 그리고 삶에서 풍기는 인간미에서 나타난다. 최고의 학벌을 가지고 그리고 큰 권한을 가지고 큰소리치며 살아가는 소위 이 시대에 리더라고 하는 자 들도 불법과 탈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보다 더 저지르는 것을 보면 학문으로는 배웠지만 인성(人性)은 헛것 배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