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저온저장고 없는 집이 거의 없다. 행정당국의 지원으로 부담 없이 갖출 수 있다. 전기 요금 또한 낮게 책정돼 있다. 대부분 농산물과 김치를 비롯한 가공식품이나 식자재를 보관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농사용 전력을 적용받는 저온저장고에 김치·두부·메주 등 가공식품이나 식당에서 사용하기 위한 식자재는 보관 대상 품목이 아니다”며 이를 보관할 경우 일반용 또는 주택용 전기요금을 적용받게 된다”며 김치 등 가공식품 보관 단속에 나선 때문이다. 

가정용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비해 많은 양을 보관할 수 있는데다 전기요금도 주택용의 절반 정도이니 부담도 적어 농가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전이 갑자기 “농사용 전력은 영세 농어민 지원을 위해 도입돼 다른 종별에 비해 현저히 낮은 요금을 적용하고 있으며, 기본공급약관을 위배한 부적정한 농사용 전력 사용은 다른 전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며 단속에 나서고 있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한전의 단속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농민들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관습처럼 사용해오던 것을 갑자기 단속한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적발된 농민들에게 위약금을 물리는 과정에서 반발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전은 지속적으로 단속한다고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농민들의 반발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한전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커갈 수밖에 없다.

한전은 저온저장고 사용을 비롯한 농사용 전력 적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에 대해 혼란의 소지가 없도록 안내문을 발송하고 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팍팍한 농민들의 삶의 무게가 커질 것은 당연하다. 저온저장고를 만능 냉장고처럼 사용해오던 농민들은 한전 측의 단속에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한전은 물론 정부에 대해서도 불만이 커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농촌의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도 뻔하다.

규정과 법은 지켜져야 마땅하다. 하지만 저온저장고에 가공식품이나 식자재를 보관하는 것은 오랜 세월 관습처럼 굳어졌다. 한전도 모르지 않았을 터다.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저온저장고 단속에 나서는 것은 새삼스럽다. 단속해서 얻을 수 있는 위약금보다 인건비가 많을 것이다. 한전과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감안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될 것임을 경고한다. 한전이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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