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처음에는 겨를 핥다가 나중에는 쌀까지 먹어치운다는 뜻으로 인간의 욕심이 점점 커짐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즉 외부의 적이 마침내 내부마저 장악하게 됨을 뜻하며 처음에 싹을 자르지 못하면 먹힐 수도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조선 후기 홍만종이 지었다는《순오지(旬五志)》에 차청입실(借廳入室)이 나온다. 대청을 빌려 방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대청만 빌려 쓰기로 하고 들어왔는데 염치없이 처음 한 약속을 어기고 야금야금 침범해오다 마침내 방까지 들어온다는 우리 속담이다. 

사마천(司馬遷) 사기 열전 오왕(吳王)비 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을 건국한 고조 유방은 형인 유중의 장남 유비를 오왕으로 세우고 3군과 53성을 다스리도록 했다. 고조는 왕인(王印)을 내리고 조카 비를 불러 자세히 관상을 보고 말하기를 너에게는 모반의 상이 있다고 했다. 이미 책봉한 뒤였으므로 속으로는 후회스러웠으나 등을 토닥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오십년 뒤에 한나라의 동남쪽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자가 설마 너겠는가. 천하는 같은 성을 가지고 있는 한집안 이니 삼가 모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오왕 비는 머리를 조아리며 “감히 그런 일을 없을 것입니다.” 
그 후 고조가 세상을 떠나자 중앙의 지시에 불복하는 제후들이 늘어나기 시작 했다. 경제 때에 지혜주머니라고 불리던 조착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제후국의 영지를 축소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조착의 개혁의지가 왕의 지지를 받아 힘을 얻자 제후들의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세력이 강한 오왕 비는 소금과 구리를 생산해 부강했으므로 더욱 두려워했으며 이참에 모반을 일으키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주위 제후국들과 규합하기에 이른다. 이웃 제후국 교서에 사신을 보내 설득했다. 지금 황상께서는 간신들에게 현혹당하고 간악한 신하들에게 조종되어 작은 장점을 좋아하며 중상 모략하는 적신들의 말만 듣고 있습니다. 

이러한 신하들은 법령을 자신들 마음대로 고쳐 제후들의 땅을 침략해 빼앗고 요구해 거두어들이는 것이 점점 늘어만 가고 선량한 사람들을 죽이고 범하는 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민간에 ‘쌀겨를 핥다 보면 쌀까지 먹게 된다.’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오나라 왕 교서는 모두 이름 있는 제후국입니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가혹한 감사를 받게 되면 안녕과 자유를 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오왕은 속병이 있어 입조하지 못한지 20여년이 됐다. 항상 의심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명백하게 증명하지 못함을 근심하고 있습니다. 지금 어깨를 움츠리고 두 발을 모으고 있지만 오히려 용서받지 못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대왕께서 매작으로 인해 영지를 삭감했다고 들었습니다. 매작은 영지를 삭감할 만한 죄가 아닙니다. 아마 차후로는 영지 삭감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마침내 교서왕을 설득해 결집하는데 성공해서 일으킨 난이 오초칠국의 난이다. 서기전 154년에 일어난 이 난은 한나라 주아부 등에 의해 3개월 만에 진압됐고 왕권은 더욱 강화됐다. 반란에 참여했던 왕들은 모두 자결하거나 죽임을 당하고 영지는 모두 한나라 직할 영으로 편입 됐다. 쌀까지 먹히는 것을 막으려다 모두 태운 꼴이 됐다. 

그러나 처음에는 작았지만 점차 확대되어 외부의 적이 마침내 내부마저 장악하게 됐을 때나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사마천은 사기 원앙조조열전에서 ‘옛말에 예로부터 내려오던 법을 바꾸고 상도를 어지럽히는 자는 죽음을 당하거나 몸을 망친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조조의 경우를 가리키는 말이던가!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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