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경쟁하거나 경매에서 이겨서 승리는 했지만 승리를 위한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되거나 후유증으로 힘든 상황을 말한다. 주로 공개경쟁 입찰이나 기업의 M&A 또는 법원 경매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 일어나는 승리를 위해 지나치게 비용이 지출되어 위험에 빠질 때 ‘승자의 저주’라고 말한다. 

2001년 영국에서 구제역 파동이 일어났다. 정부 당국에서는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가축 수백만 마리를 살 처분하는 조치를 취했다. 당시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수의사 협회에서 “이런 식의 초토화 정책으로는 구제역을 근절한다고 해도 ‘보람 없는 승리(희생이 너무 커서 패배나 다름없는)’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듬해 유럽 의회는 진상규명 보고서를 내고 영국정부와 세계동물보건기구를 향해 맹비난을 퍼 부었다. 그 이유는 원인이 조밀한 축산 환경과 늘어나는 무역량,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동물의 이동 량 등이 증가함에 따라 검역체계는 물론 백신연구에 등한시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런 경우도 승자의 저주인데 승자가 저주를 내린 다기 보다는 저주를 당한다고해서 ‘승자의 재앙’이라고도 한다.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석유산업에서는 멕시코만의 석유 시추(試錐)권 공개 입찰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매장량을 정확히 측정할 기술이 부족해 추정치를 가지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과도한 경쟁이 촉발된다. 그 결과 2000만 달러를 써낸 기업이 마침내 시추권을 따냈지만 실제로 측량된 매장량의 가치는 1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즉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낙찰자는 1000만 달러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미국의 종합 석유회사인 애틀랜틱 리치필드사(Athantic Richfield Company)에서 근무한 카펜, 클랩, 캠벨 등 엔지니어 세 명은 1971년 〈석유기술 저널〉에 발표한 ‘고 위험성 상황에서 경쟁적 입찰’이라는 논문에서 당시의 상황을 승자의 저주라고 이름 붙였다. 이들이 강조한 부분은 “두세 명이 참가한 경매에서 시추권을 따냈으면 괜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50여명이 참가한 경매에서 낙찰을 받았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마디의 답은 망쳤다는 느낌이 들것이다. 

그 일이 있고 20여년이 지난 뒤 미국의 행동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Richard H. Thalr)는 1992년 《승자의 저주(The Winner’s Curse)》라는 책을 출간해 이 개념을 널리 알렸다. 세일러는 경매시장 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수 합병 과정도 승자의 저주에 포함시켰다. 

인수합병 경쟁이 치열해 지면 인수 희망기업은 매물로 나온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인수 자금을 능가할 만큼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지나치게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대상 기업을 인수하고 싶은 욕망이 앞선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과도한 대출을 하게 되며 이자 부담으로 인해 모기업이 흔들리면서 자금 흐름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기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재앙을 만나게 되고 또한 입찰 가격이 예상했던 대로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초과하면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된다. 인수 기업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예기치 못한 상황 변화로 위험에 빠지는데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다. 

이렇게 인수 합병과정에서 승자의 저주가 발생하지만 그래도 인수 합병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는 왜 일까? 1995년 CNN의 모기업인 TBS가 타임워너에 합병됐을 때 TBS사주인 테드 터너(Robert Edward Turner)는 “항상 작기만 한 것에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 잠시 동안이라도 크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때 터너의 이 말은 다소 과장된 표현일망정 많은 인수 합병의 동기가 대주주나 이른바 에고(ego: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함) 충족과 이와 관련된 실적 부풀리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는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를 볼 수 있다. 온갖 옵션까지 동원해 가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무리해 가며 인수했다. 과도한 인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자금난으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못해 인수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뿐만 아니라 기존에 기업 금호렌터카, 금호 종합금융, 금호 생명, 서울고속버스 터미널 등 이미 가지고 있었던 계열사뿐만 아니라 그룹 모태라고 하는 금호고속까지 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사태에 놓이게 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그룹 내에서 분란까지 겹치면서 계열 분리가 일어나는데 시발점이 된 그룹의 위기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매각이 완료되면 대기업에서중견기업으로 추락하고 다시 옛 명성을 찾아 금호그룹으로 돌아갈 듯 했지만 사실상 그룹 해체 수준에 이르렀다. 

이 후 경제 용어로 자주 등장하는데 대체로 과도한 비용으로 낙찰 받아 그 이상의 이득을 보지 못하고 인수 회사가 오히려 시너지효과는커녕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자주 쓰이는 용어다. 

반드시 기업에서만 일어나지 않고 작게는 실생활에서도 일어난다.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 속에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승자가 되려는 지나친 경쟁을 다시 한 번 돌이켜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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