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보호해주던 울타리가 없어지면 보호받던 사람은 평안할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무에 짖고 사는 새가 나무가 넘어지면 새집이 부서지고 그 안에 알도 깨진다는 이야기다. 국가나 사회도 불행이 닥치면 그 안에서 보호받던 모든 백성들이 피해를 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려울 때 힘을 합쳐 함께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려움을 감지하면 홀로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새는 날아가면 되지만 알은 갈수 없으니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한(漢)나라 말기 삼국(三國)이 정립되는 시기에 공자(孔子)의 20대 손으로 성품이 강직한 공융(孔融)은 후한 14대 헌제(獻帝) 때 북해에서 벼슬하며 지낸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사람으로 학교를 세우고 유학을 가르친 명망이 높은 사람이었다. 

16세 때 형 공포(孔褒)의 친구 장검(張儉)이 당대 권력자 중상시 후람(侯覽)의 비리를 고발했으나 오히려 모함을 받고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 마침 형이 출타하고 공융만이 집에 있는데 장검이 공포에게도 도망을 왔다. 이 사건은 그냥 보통 도망자가 아니고 ‘당고의 금(환관 세력에 탄압받음)’과도 연결된 엄청난 일이었다. 장검은 공융은 어려서 모를 것 이라고 생각하고 사정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떠나려 했지만 공융은 눈치 채고 형 대신 장검을 숨겨준다. 

금방 공융이 장검을 숨겨준 일이 발각되자 장검은 도망 쳤지만 공융과 공포는 조사를 받게 된다. 체포될 적에 공포는 장검이 내 친구여서 나를 찾아 왔으므로 동생 공융은 아무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 공융은 형 친구이기는 하나 숨겨준 사람은 바로 자기라고 본인을 잡아가라고 한다. 담당 관리는 누구를 죄줄지 판단을 못하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대답은 집안일은 어른의 잘못이니 두 아들은 죄가 없고 나를 잡아가라고 주장한다. 이 일로 결국은 공포가 처형은 당하고 공융이 살아남았지만 이 일로 인해 공융의 명성은 모든 사람이 아는 유명인 이 되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벼슬했을 때는 후한이 무너져 가고 삼국이 정립하는 조조(曹操)의 시기였다. 조조의 야심을 알고 있는 강직한 성품의 공융은 조조를 멀리하며 견제하고 있어 조조의 미움을 사고 있었다. 조조역시 공융의 반감에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그 후 조조가 유비(劉備)와 손권(孫權)을 정벌하기 위해 50만 대군을 일으키자 공융은 반기를 들며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불평했다. 이를 듣고 조조는 조정을 비방했다는 죄목으로 공융을 체포해 사형에 처하도록 명령했다. 공융은 체포하러 간다는 소문이 떠돌자 온 집안 이 발칵 뒤집혀 있을 줄 알았다. 9살 된 아들과 7살 된 딸이 둘이서 태연히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다. 사람들이 먼저 가서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빨리 피신하라.”고 타이른다. 두 자녀는 전혀 겁내는 기색이 없이 “새 둥지가 헐어지는데 어찌 알이 깨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安有巢毁而卵不破乎)?”라며 바둑을 계속 두고 있었다. 그 아버지 그 자녀였다. 조조는 자녀들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모두 처형했다. 후한서(後漢書) 공융전(孔融傳)에 실려 전한다.  

크게는 나라나 작게는 집단이나 불행이 오면 모두 합심해서 대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당한 일에 국한되어야 한다. 잘못이 있을 때는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훼난파’가 주는 메시지는 어린 공융의 자녀들도 자신을 지켜주던 보호막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데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 살길을 찾아 떠나는 경우를 간혹 본다. 이합집산(離合集散)을 의미하는데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단체에서도 자기와 조금이라도 이해득실에서 손해가 되면 결별하는 경우를 보면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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