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타인의 작은 요구를 받아들이면 그에게 일치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더 큰 요구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는데 이런 접근 방식을 ‘문간에 발 들어놓기 효과’라고 한다. 다른 말로 ‘문전 걸치기 전략’이라고 쓰기도 한다. 높은 곳을 오르는데 엘리베이터가 아니고 한 계단씩 천천히 올라가 마침내는 높은 곳을 오를 수 있다는 기법이다. 

이 효과는 미국의 사회 심리학자 프리드리먼과 프레이저가 1966년 진행한 ‘압박 없는 굴복 문지방 기술’의 현장 실험 중 처음으로 제기했다. 실험 과정을 보면, 연구원들은 무작위로 가정주부들에게 방문해 안전운전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하는 것을 도와달라는 간단한 부탁이었다. 개인일이 아닌 공익을 위한 캠페인 같은 것이라 간단한 서명만 하는 일이었다. 결과는 극소수만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하고 대부분의 주부들이 참여했다. 

2주 후 이들은 각각 다른 연구원들을 보내 다시 가정주부들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사람들로 두 그룹으로 대상을 나눴다. 이번에는 안전운전을 호소하는 큰 간판을 정원 어딘가에 세워달라고 부탁했다. 이 간판은 커서 거추장스럽고 물론 주위 환경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보통 생각하기에 이런 요구는 거절할 가능성이 커보였다. 예상대로 83%의 주부들이 거절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첫 번째 실험에 참여해 탄원서에 서명했던 주부들은 45%만이 이 요구에 거절했다. 

심리학자들은 이 실험 결과에 대해 사람들은 누구든지 타인에게 앞뒤가 일치되는 좋은 인상을 남기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인상의 일치성을 보장하기 위해 때때로 이론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마저 한다고 말한다. 

문간에 발 들여 놓기 효과의 원조는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을 빼놓을 수 없다. 펜실베니아의 주의회의 한 의원이 프랭클린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면서 원수처럼 굴자 프랭클린은 묘안을 냈다. 그의 자서전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그 사람의 호의를 얻으려고 나는 굴욕적인 존경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얼마 후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 의원이 매우 희귀한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그 책을 읽고 싶다며 그 책을 빌려줄 수 없냐고 편지를 보냈다. 그는 책을 즉시 빌려 주었고 나는 일주일후에 감사하다는 편지와 함께 그 책을 돌려주었다. 그 후로는 의사당에서 만나면 나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요청하며 나게 친절하게 대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도와주려고 하고 우리는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우정은 죽을 때 까지 유지 되었다. 이것은 내가 예전에 배웠던 또 하나의 예가 된다. ‘예전에 너를 한번 도와준 일이 있는 사람은 네가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보다 더욱더 너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기록 되어 있다.

이 전략은 홈쇼핑의 쇼호스트 들이 즐겨 쓰는 기법이기도 하다.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줄 수 있는 작은 부탁은 거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쇼호스트 들은 “딱 3분만 집중해 주세요.”와 같은 멘트를 날리면서 좀처럼 제품의 가격을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인다. “돈으로도 살수 없는 내가족의 건강”과 같은 감성적 멘트를 날리면서 그와 비교도 안 되는 작은 금액 한 달에 단돈 몇 만원 이라는 식으로 힘주어 말한다. 택시 한번 안타면 되고, 담배 한 갑 줄이면 되고, 술 먹고 대리운전 한번 안 부르면 된다는 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문지방효과의 범위는 아주 넓다. 어떤 사람이 작은 요구를 하면 우리는 냉정해 보이지 않으려고 거절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일단 작을 것을 들어주면 마치 문간에 들어선 것처럼 그들은 더 큰 요구를 해 온다. 흔히 있는 일을 하나 보자. 옷가게를 방문하면 고객에게 옷을 소개하는 대신 옷을 한번 입어보라고 권유한다. 고객은 옷을 살 생각이 없는데도 판매원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입어본다. 

이렇게 한번 입어보면 판매원 입장에서는 고객이 문간의 함정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즉 판매원의 첫 번째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입장에서는 다음 요청을 거절하려면 더 많이 애를 써야한다. 결국은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나 이 고객을 옷을 살 확률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문간의 발 들여놓기 효과는 인간관계속에서 우리가 과한 요구를 해야 할 때 거절하기 힘든 작은 요구를 먼저 하는 것이 상대가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어떤 일을 달성하고자 할 때도 목표가 너무 크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부터 쪼개서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 결론적으로 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이것도 문간에 발 들여놓기 기법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실천에 옮기는 것이 문간에 발 들여 놓기가 주는 메시지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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