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농사용 전기로 가동하는 저온저장고 사용실태를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일부는 일반용 전기로 전환처리에 나섰다. 저온저장고에는 농산물이나 단순 가공 농작물만 저장해야 하는데 가공식품을 보관해 사용 계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저온저장고에 김치와 젓갈 등을 보관했다는 이유로 전남 지역 40여 농가가 2천여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로 답답할 일이다. 정부가 나서서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단순 생산에만 머물지 않고 가공과 유통, 체험까지 아우르는 것이 우리 농업의 현주소다. 이 같은 현실을 외면하고 저온저장고에 농작물 원물만 보관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배추는 저장해도 되지만 김치는 안 되고, 벼는 가능하지만 쌀은 안 된다니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모호한 업무처리지침으로  힘겹게 살고 있는 농가만 범법자로 만드는 것은 유감이다.

한전의 이같은 지침은 50년 전 제정된 것이라고 하니 지금의 현실과는 너무나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많은 농민들이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시위를 여는 등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자 한전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특히 농민들은 농사용 전기점검 즉각 중단, 징수한 과징금 반환, 소형 농업용 저온저장고는 사용 제한 폐지 등을 촉구했다. 이에 한전은 농사용 전기사용기준을 새롭게 마련하고 제도개선 전까지는 전기사용 점검을 중단한다고 한다. 아울러 과징금이 부과된 농가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을 받아 반환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농민들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반겼다.

이번 기회에 한전은 제대로 된 농사용 전기사용 기준을 제정해야 한다. 당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면피용으로 대응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 농가는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면세유 가격까지 크게 올라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농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변화하고 있는 농업·농촌과 농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제도마련과 그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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