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 3요소 하면 의식주(衣食住)다. 유교를 표방했던 동아시아에서 제아무리 착하고 어진 사람도 사흘 굶으면 나쁜 짓을 한다는 말로 “사흘 굶으면 담 안 넘을 놈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먹는 것을 중요시 했다. 누구든지 생존을 위해서는 음식이 필수였으므로 먹고 마시는 것을 필수로 꼽았다. 그래서 백성이 살아가는데 음식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먹는 것으로(以食) 하늘을 삼는다(爲天)’는 말까지 나왔다. 

이 말의 유래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역생) 육고열전(陸賈列傳)〉에 역이기가 유방에게 간하는 말에서 나왔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진(秦)나라는 몇 년 가지 못하고 폭정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곳곳에서 영웅호걸들이 난립했으나 초(楚)나라출신 항우(項羽)와 패현 출신 유방(劉邦)의 두 영웅으로 압축된다. 당시 진류현의 역이기는 글을 많이 읽고 현명한 사람이었으나 거만한 모습을 보고 부르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미치광이라고 조롱까지 했었다. 

역이기 본인도 장수들의 도량이 좁고 몸을 의탁할만한 장수가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감추고 있었다. 어느 날 패공 유방의 세력이 점점 커가고 있을 때 이곳을 지나다가 기병들에게 이 지역 선비들 중에 호걸이 있는지 물었다. 

역생이 이 소문을 듣고 유방 휘하의 같은 고향사람 한 기병을 만나 패공 유방을 만나보기를 청했다. 유방의 성격을 잘 아는 기병은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고 역이기에게 패공은 선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선비의 신분으로 그에게 유세를 한다고 해도 먹히지 않을 것 이라고 부정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역생은 나중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면담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기병은 역생의 부탁대로 패공에게 전하자 당장 만나보자고 했다. 역생이 패공 앞에 왔을 때 는 패공이 마침 침상에 걸터앉아 두 여자에게 발을 씻기게 하고 있는 중에 만났다. 역생은 들어가서 엎드리지는 않고 간단한 목례로만 예의를 갖추고 읍(揖)한 뒤 패공에게 말했다. “당신은 진(秦)나라를 도와 제후들을 치려고 합니까? 아니면 제후들을 이끌고 진나라를 치려고 합니까?” 패공은 그대로 앉은 채로 역생을 꾸짖었다.  

역생은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유방에게 “진실로 사람을 모으고 의병을 합쳐서 무도한 진나라를 없애고자 한다면 걸터앉은 채로 나이든 사람은 만나서는 안 됩니다.” 패공은 씻던 발을 그만두고 방에 들어가 의관을 바로잡고 상석으로 앉힌 뒤 사과했다. 

그때부터 유방은 역생을 신임하며 그의 계책을 존중했다. 그 뒤 유방은 형양과 성고에서 고전할 때 초나라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역생에게 계책을 물었다. “신이 듣건대 하늘이 하늘 된 까닭을 아는 사람은 왕의 일을 이룰 수 있고, 하늘이 하늘 된 까닭을 모르는 사람은 왕의 일을 이룰 수 없습니다. 왕 노릇 하는 자는 백성을 하늘로 알고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여긴다.(以食爲天)”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곡창지대인 오창을 깨뜨려야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고 식량의 중요성을 말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60년 전까지만 해도 이른바 보릿고개라는 살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가수 진성 씨가 불러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릿고개를 요즘 젊은이들이 진정한 의미를 얼마나 알까? 요즘 TV 채널에 이른바 먹방이 자주 보인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는 것이 맞지만 세계적으로 통계를 보면 굶어죽는 사람보다 비만으로 인해 병에 걸려 죽는 사람이 10퍼센트가 많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옛말에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사람이 먹기 내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날아다니는 짐승은 자기 양에 60%만 먹고 일반적으로 모든 짐승이 80%선에서 머물고 모든 것을 잘 먹는 잡식성 돼지도 약 90%정도 먹는데 인간은 유일하게 120%까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비공식 통계이기는 하지만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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