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세계적으로 배고프게 살던 사람이 먹을 것이 넘쳐나 살을 빼려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50~60년 전에는 우리나라도 기근에 시달렸다. 

우리속담에 ‘수염이 대 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 말도 있고 ‘사흘 굶으면 포도청의 담도 뛰어 넘는다’고 했다. 조금 고상한 표현으로는 ‘음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성실한 것은 없고 의식이 족해야 영욕을 안다’고도 했다. 우리 조상들의 배고픔에 대한 표현들이다.  
옛날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아 하루하루 구걸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걸인에게 주인이 동냥은 안 주고 쪽박만 깬다면 동냥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탄식할 차(嗟)는 야! 이봐! 정도의 감탄사인데 무례한 태도로 불러 ‘내가주는 이거나 먹어라’ 고 불손한 태도를 나타낸다. 배가 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으로 베풀면 감지덕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 고마울 리 없다. 진심된 마음 없이 모욕적으로 주는 구호품을 뜻하기도 하는 이 말은 유가(儒家)의 경전 《예기(禮記)》에서부터 나왔으니 오래된 이야기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대 기근이 들었다. 검오라는 부자가 지금이 사람들에게 은덕을 쌓을 때라고 생각해 길에서 큰 솥을 걸어 놓고 굶주린 자들에게 와서 먹게 했다. 굶주린 자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먹고 가곤 했다. 

어느 날은 며칠 굶주린 사람이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다리를 절면서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주인 검오는 왼손에는 밥을 들고 오른손에는 마실 것을 들어 말했다. ‘이봐! 얼른 와서 이것이나 먹어(嗟禮食)’하면서 내밀었다. 그는 눈을 치켜 올리며 검오를 빤히 보면서 하는 말이 “나는 오직 ‘어서 와서 먹어라’며 주는 음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토록 쇠약해 졌소.”라고 했다. 검오는 무례함을 뉘우치고 금방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 사내는 끝내 자존심이 상해서 그 밥을 먹지 않고 가다가 쓰러져 죽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증자가 말하기를 “마음이 참 좁구나, ‘그 어서 와서 먹어라.’라고 무례한 말에는 거절하면 되지만, 뉘우치고 사과했으면 먹어야 옳지 않는가.”라고 했다. 이 사람은 굶주리며 살지만 자존심만은 강했던 모양이다. 굶어 죽더라도 다른 사람의 멸시가 담긴 동정은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명나라 때 풍몽룡이 쓴《동주열국지(東周列國志)》에도 위(魏)나라의 공신 낙양(樂羊)을 다그치는 부인을 가르침으로 많이 인용했다. ‘지사(志士)는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고 염치를 아는 사람은 남이 함부로 던져주는 음식을 먹지 않는 법입니다.’

우리나라 조선에 12대에 거쳐 300년 동안 부자로 산 경주 최부자는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살핀 선행이나, 흉년이 들면 굶주린 사람들에게 쌀독을 열어 가져가도록 했다는 구례 운조루(雲鳥樓)의 쌀독은 베푸는 자의 마음 씀씀이가 남달랐던 것 같다. 

지금도 기부해 칭송을 받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층민을 구제하는 제도가 정부에서는 촘촘하게 만들어 졌다고는 하지만 이 시대에도 무례한 음식보다는 죽음을 택하는 안타까운 사연이 잊을 만 하면 한번 씩 보도된다. 

선진국을 지향하는 우리 대한민국 사회에서 후진적인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복지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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