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PC를 사용할 때 모든 명령어를 입력해야 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컴퓨터에는 명령어가 사전적으로 정의되어있어 사용하는데 불편을 줄여주고 있다. 이렇게 사전적으로 의사결정을 정해놓은 것을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즉 ‘기본 선택’ 이라고 한다. 이렇게 디폴트 옵션에 따라 일어나는 현상들을 ‘디폴트 효과(default effect)’ 또는 ‘초깃값 효과’라고도 부른다. 제일 처음으로 얻은 조건이나 상태를 그대로 수용하려는 상황을 가리킨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를 처음 구입했을 때 기본설정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초깃값 효과’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도 ‘현상유지 편향’이라고 보는데 행동경제학자들은 그래서 ‘디폴트 옵션’에 관심을 많이 갖는다. 누구나 현상유지 편향을 갖기 마련인데 현재상태에 그대로 머물고자하는 진부한 방식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마이클 모부신(Michael J Mauboussin) 교수는 기업들이 현상유지 편향을 잘 활용하려면 ‘기본 선택’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국민들의 장기기증비율이 각각 12%와 100%로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유럽에 서로 가까운 인접국으로 국민성과 민족성 어느 것도 상관이 없다. 이렇게 차이가 많은 이유는 독일에서는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우리나라와 같이 개인이 동의서를 작성해 올리는 기본선택이 장기 기증을 안 하는 것으로 되어있는 반면, 오스트리아는 법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원하지 않는 사람만이 전화나 서류상으로 거부의사를 직접 작성해서 전달해야 된다. 이렇게 기본 선택이 어떻게 설정 되었느냐에 따라 큰 차이의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현상유지 편향을 다른 말로 ‘귀차니즘’이라고 하는데 귀찮다는 우리 국어 형용사를 어근으로 영어 접미사-ism을 붙여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파생어로 ‘귀차니스트’라고도 한다. 위의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장기기증 방식을 보면 독일은 ‘선택 가입’ 즉, 옵트 인(opt-in)방식 이고 오스트리아는 ‘선택 탈퇴’ 즉, 옵트 아웃(opt-out)방식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번 정해지면 귀찮다는 작은 이유로 생각 없이 선택 가입이든 선택 탈퇴든 모두 거부하기 때문에 애초에 선택 탈퇴방식을 설계해 놓으면 장기기증을 받는데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스마트폰이 장기의 일부처럼 몸에 지니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로 사용되는 지금은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지는 스팸메일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이메일을 비롯해 전화나 팩스를 이용한 광고성 정보전송 등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옵트 인이란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얻을 때만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이며, 반대로 수신자가 발송자에게 수신 거부를 밝혀야만 이메일이 발송이 안 되는 방식을 옵트 아웃 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5년 3월 31부터 휴대전화와 팩스를 통해 상품 서비스를 소개할 때는 옵트 인 방식을 쓸 수 있지만 이매일의 경우에는 옵트 아웃 방식을 쓰고 있다. 옵트 인 방식과 옵트 아웃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현상유지 편향을 ‘디폴트 편향’이라고 한다. 미리 정했다는 의미로 ‘기정 편향’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같은 말이다. 

오스트리아처럼 디폴트 규칙을 이용해 장기기증을 많이 받는 것은 윤리적인가 비윤리적인가 에 대해서도 논란은 동반한다. 기업들이 디폴트 옵션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쓰는 것에 대해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그런 유혹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ladini)는 “디폴트 상황은 관성으로 가려는 경향에 반하기보다 서로 함께하는 특징이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주려고 할 때 매우 효율적이고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상황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한데 무엇 때문에 변화를 만들어 내기위해 고생을 해야 하는가 반문한다. 

현재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디폴트 상술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커피 전문점 ‘카페 그럼피(Cafe Grumpy)’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 값이 4달러인데 팁을 1, 2, 3달러 중 얼마를 주겠냐고 강요당한다. 물론 노 팁과 직접기재도 있기는 하지만 아이패드 모니터에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되어있고 주위사람들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운데 2달러를 가장 많이 선택하는데 무려 50%의 높은 팁을 준 셈이 된다. 

이 뿐만 아니라 택시를 타더라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팀을 20, 25, 30%중 얼마를 줄 거냐고 묻는 창이 열린다. 고객은 어쩔 수 없이 강요된 비율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뉴욕타임즈〉는 “모바일 장치와 기술이 발전하면서 덩달아 팁까지 올라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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