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 기초와 근본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기본 예의는 어려서 즉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 다 배운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잘 지키지 못하는 것이 또한 인간이다. 큰 건물이 무너지거나 튼튼하게 보이는 다리가 무너지는 것이 건설할 때 기초가 부실한 데서 온다. 

지금 훌륭한 일을 하며 큰 인물이 된 사람들도 기초를 어려서부터 남모르게 다졌으며 가만히 앉아서 이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아름드리 큰 나무도 아주 작은 싹에서 부터 시작했고, 아홉층 높은 다락도 한삼태기의 흙에서 비롯되어 세워진다고 했다. 우리는 이렇게 기본적이고 빤한 것을 알면서도 잘 지키지 못해 망신당하는 경우를 수 없이 봐왔다. 지금은 큰 인물이 되었지만 잘못을 감추다가 나중에 나타나 망신당하는 사람도 많다. 성공은 했으나 기본이 옳게 서지 못한 사람들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나쁜 짓을 하고 성공한다면 성실하게 법을 준수하고 살아온 사람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동양 최고의 모범이라고 하는 책이 공자(孔子)의 어록을 모아 제자들이 써낸 《논어(論語)》다. 논어 학이(學而)편 제2장에 공자의 애제자 유자(有子)가 한 말로 등장한다. “그 사람의 됨됨이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을 공경하면서 윗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을 좋아하는 자는 드물다. 또한 윗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 반란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군자는 근본(根本)에 힘쓰니 근본이 제대로 서면 도(道)가 생기는 법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 효도(孝道)하고 형을 공경(恭敬)하는 것은 인(仁)을 행하는 근본인 것이다.” 

그 후에 한(漢)나라 유향(劉向)은 이 말에 대해서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확립되면 도가 생기는 법이다. 말은 뿌리가 바르지 않으면 가지가 반드시 굽어지고 처음이 성대하지 않으면 끝에 가서 쇠퇴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군자는 근본 세우는 일을 귀중히 여기고 처음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라고 그의 저서 《설원(說苑)》에서 말했다. 

어떤 사람이 예의가 없이 행동할 때 보통 그 사람 기본(基本)이 안 되었어 라고 한다. 즉, 사람에게도 기본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운동선수나 예술인들도 처음 시작할 때 기본을 충실하게 닦는다. 기본기가 되어있지 않은 선수나 예술인은 대가(大家)가 되기는 어렵다. 기본기가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기적이나 요행이 있어 어느 수준까지는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금방 들통이 나기 마련이다. 고층 빌딩을 지을 때도 기초공사를 하는데 대부분 60%의 공기(工期)가 필요한 것도 기본이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지도자는 물론이고 지방 자치단체장 각종 기관장들 모두 인간에 대한 기본이 잘 닦인 사람들이 선출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본이 부족한 사람이 요행(僥倖)히 올라가게 되면 존경을 받지 못하거니와 정해진 임기를 마치기가 어렵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존경받는 인물을 말하려면 세종대왕(世宗大王)과 이순신(李舜臣) 장군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 그 분 들은 기본도 확실한데다 애민정신(愛民精神)이 투철한 지도자였다. 지금뿐만 아니라 자손대대로 존경받는 인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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