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샘이라 불렀습니다. 집안에 샘이 있는 집도 많았고 동네마다 공동 샘이 있었지요. 수질이 좋으면 식수로 사용하고 허드렛물이나 빨래를 하는 샘도 있었습니다. 대개 깊이 판 샘은 마실 수 있었고 얕지만 수량이 풍부한 샘은 빨래 등 허드렛물로 썼지요. 영광읍의 경우 현재 농협 군지부 옆에 ‘냇갈 샘’이라 불리는 샘 등 동네마다 공동 샘이 있었습니다. ‘냇갈샘’은 냇가에 있어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깊지 않으면서 수량이 풍부했지요. 아낙네들이 빨래도 하고 물지게로 물을 퍼가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영광읍은 동네마다 천이 있고 공동 샘이 있었지요. 그 물길은 개구쟁이들의 놀이터도 됐고 홍수를 막아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동네마다 흐르는 물길만큼이나 인심도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많던 물길이 모두 콘크리에 묻혀 오간 데 없습니다. 오래전 군수에게 물었습니다. 옛적 영광읍에 있었던 물길을 하나라도 복원할 수 없겠느냐고. 군수께서는 즉각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깊은 산에 길을 내기에 나섰다는 ‘우공이산’ 설화도 있습니다. 있었던 물길을 다시 낼 수 없다는 대답에 기가 막혔습니다. 서울은 청계천 물길도 다시 만들어 명소가 됐습니다. 

영광의 물길은 왜 복원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의지가 없을 뿐, 물길을 복원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물이 흐르던 길을 콘크리트로 덮어 차가 달릴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인 것을요. 그 같은 생각이 영광읍을 메마른 도회로 만들었습니다. 황량하기까지 합니다.

물은 인심으로 통합니다. 물이 보이지 않는 영광읍의 인심은 어떨까요? 우리가 우리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물무산이나 우산공원에 만들어진 물놀이장을 찾지 않고 아이들끼리 길가 물길에서 첨벙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으십니까? 길가 물길에 서 가족이 둘러앉아 첨벙거리며 노닐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럴 수 있는 영광이라면 아이 교육 핑계로 광주 등 도시로 이사하는 영광사람들도 줄어들 것입니다. 아니, 이사 갔다가도 되돌아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영광읍의 물길을 하나라도 복원하길 소망합니다. 서울의 청계천처럼 명소가 될 것입니다. 그것을 해내는 군수나 국회의원, 도·군의원은 칭찬받을 것입니다. 아니, 역사적 업적과 함께 역사적 인물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요? 돈이 많이 든다고요? 서울은 왜 청계천에 다시 물길을 만들었을까요? 서울 시장이던 이명박은 청계천에 물길을 만들어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사막에 도시도 만들 수 있는 세상입니다. 하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영광읍에 물길을 만드는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 30년 이내에 사라질 농어촌 지자체가 적잖다고 합니다. 혁신적인 생각과 계획이 없으면 영광군도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농어촌 지자체들의 인구대책은 판박이입니다. 주소를 옮겨 달라, 아이 낳으면 혜택을 주겠다는 등이 고작이지요. 과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단체장들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소리를 내고 있을 뿐입니다. 물이 흐르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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