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요즘 네티즌들이 유머성어로 ‘내로남불’을 자주 쓴다. 원래 내로남불은 사전에 없었던 단어였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을 줄여서 신조어로 쓰는데 상대를 비난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너그럽게 용서하는 사람을 빗대서 하는 말이다. 

누구나 남이 어떤 일을 처리하면 조금만 빈틈이 보여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자기가 그 일을 하게 되면 아주 공평하게 잘 처리한 것으로 여긴다. 상대가 불만을 토로하면 자기합리화를 외치면서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를 가져다 붙이며 합리화하려고 애쓴다. 중국 춘추시대 기혜(祁傒: 자는 황양)라는 사람의 인사 추천을 한번 보자. 

진(晋)나라 임금 도공(悼公)이 기혜에게 물었다. “그대가 보다시피 현령자리가 비어있으니 누가 이 직책을 맡아 할 수 있겠소?” 기해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호(解狐)가 좋겠습니다.” 도공이 깜짝 놀라며 다시 말하기를 “해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닌가.”하고 물었다. 기해가 대답하기를 “임금님께서는 누가 적임자냐고 물으셨지 누가 저의 원수냐고 묻지 않으셨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기해와 해호는 서로 이념이 다른 정적(政敵)으로 원수처럼 지내는 사이인데 적임자로 추천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왕이 그대로 해호를 현령에 임용하자 모두 잘한 인사라고 칭송했다. 

시간이 흘러 도공은 다시 기해에게 군위(軍位)자리가 비었으니 누구에게 이 직책을 맡기면 좋겠소. 기해는 이번에도 역시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기오(祁午)가 적합합니다.” 라고 답했다. 이번에도 도공은 놀라며 “오는 그대의 아들이 아니요?”라고 반문했다. “임금께서는 군위의 적임자를 물으셨지 누가 저의 아들이냐고 묻지 않으셨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도공이 훌륭하다고 칭찬하면서 기오를 등용하니 백성들 모두가 잘했다고 칭송했다. 

공자(孔子)가 훗날 이 이야기를 듣고 평가했다. “기해는 당파를 만들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밖으로는 원수임을 숨기지 않고 국가의 앞날을 위해 추천했고, 안으로는 자식임을 숨기지 않고 추천했구나. 기해는 가히 전체와 함께한다고 말 할 만하구나. 공직을 추천하는데 원수라고 배제하지 않았고 아들이라고 피하지 않았으니 기해야 말로 ‘대공무사(大公無私)’하다.”고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사는 투명성과 공정성, 객관성에 기반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한다. 공적(公的) 인사는 사적이나 특정 조직체를 넘어서야한다. 그 시대의 가치척도를 작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해야한다.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말한다. 

공직 외에 기업에서도 예외는 될 수 없다. 자기 비위나 맞추는 사람을 기용해 쓰다보면 조직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국가가 잘되어 나가는데 열 충신(忠臣)으로도 부족하지만 망하는 데는 간신(奸臣) 한사람으로 충분하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서 공과 사가 분명한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집을 잊고 친척을 잊으며 자신을(忘家 忘親 忘身) 잊어야 한다.” 서양에서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무엇인가. 사회 지도층이 사익보다도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것이 대공무사(大公無私)와 궤(軌)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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