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옳다고 생각하는 도덕(道德)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 및 그에 맞는 행위를 도덕이라고 한다. 인간이 생각하는 도덕은 이론적으로 말하는 하나가 아니다.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도덕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행동을 해야 도덕적으로 어긋나지 않을까. 이것도 확실한 답이 없다. 어떤 사람은 오랜 전통으로 내려오는 관습(慣習)과 질서(秩序)를 중요시 한다. 이런 사람들은 전통에 이유 없이 도전하거나 이미 정립된 가치를 교란하는 행위를 매우 불편해 한다. 아주 작은 옷차림 하나라도 간섭을 하고 싶어 한다. 

반면에 전통적으로 해오던 것에 조금씩 바꿔가며 새롭게 도전하거나 편리하게 바꾸려는 즉, 신세대 식으로 간편한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갈고 닦아 다듬어낸 것을 어떤 틀에 국한하지 않고 생활에 적용해 보고 싶어 한다. 이렇게 두 종류로 크게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개인의 취향은 물론 도덕적 판단과 정치적 이념에 깊숙이 박혀 있다고 봐야한다. 

미국의 문화 심리학자 리처드 스웨더는 전 세계의 도덕 체계를 두루 살펴본 후 도덕적 관념은 단순히 이성적 생각의 결과가 아니며, 문명의 고유한 성격에서 비롯된 문화적 기반위에 만들어진 문화적 심리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 발표한 논문에서 도덕은 개인의 자율성 윤리와 공동체의 윤리 그리고 신성함의 윤리 등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자율성의 윤리는 개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지배적 윤리로 사람들이 저마다의 욕구, 필요, 애호(愛好)를 지닌 자율적 개인이라는 전제하에 개인의 권리와 자유, 개인 간 형평과 정의를 중요시 한다. 공동체의 윤리는 인간이란 가족, 팀, 회사, 단체, 나라 등 자신보다 큰 실체의 구성원이라는 전제하에 공동체의 통합을 위해 의무, 위계질서, 공경, 명성, 애국심 등을 우선  순위에 놓는다. 마지막으로 신성함의 윤리는 인간은 신의 자식이며 따라서 그에 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하에 거룩함과 죄악, 순결과 오염, 고결과 타락 등의 도덕적 개념을 중시한다. 

우리나라의 도덕 이념 성향을 보면 진보성향일수록 배려와 공정을 더 중요시하고, 보수 성향일수록 충성, 권위, 신성을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기에는 지역적으로 나보다 잘 배우고 선도적인 사람을 따라가는 경향도 있지만, 이런 면에서 우리에게도 도덕 기반이론이 적용되는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실상 인권과 정치는 설득의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저소득층 유권자들이 보수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대부분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도 사회적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는 자신들이 수구꼴통이라고 욕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도덕적 세계가 있다는 것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서로 다른 이념을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고 인정은 하면서도 내부에서는 인정하지 못하는데 이런 것 들은 한국사회의 강한 동질성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대한민국은 오랜 세월 토착화된 사회문화적으로 잘 바뀌지 않은 동질성으로 인해 ‘에스노센트리즘(ethnocentrism)’이 어느 나라보다도 강한 나라 중에 하나다. 에스노센트리즘은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이나 문화를 기준으로 하여 다른 사회 집단이나 문화를 판단하는 태도를 말하는데, 자기가 속한 문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우월하다고 보는데서 기인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대한 편견은 강한 반면 인내심이 부족한 성향을 가리킬 때 쓰기도 한다. 

그러므로 에스노센트리즘이 강한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동성애 혐오증을 짓게 갖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 미혼모, 외국인 노동자, 혼혈인 등에 대해 예전보다는 나아져 가지만 아직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미국이 세계에 제일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서로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하면서, 틀림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수용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나와 다른 것을 틀렸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습관이 필요할 때다. 

우리나라가 중진국 상위레벨을 유지하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이런 다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덕기반 이론이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런 현실을 보자면 도덕기반 이론은 시각에 따라 반론은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소통(疏通)을 위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配慮)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