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여자중학교 교사 문경희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 해의 시작은 1월이겠지만 학교에 있는 나에게 한 해의 시작은 3월이다. 새해가 한 달 쯤 지난 2월에 항상 나는 이별을 준비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시작과 끝은 항상 맞닿아 있다는 이치를 항상 느끼며 2월에 나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계획을 하나씩 새운다.

바야흐로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익숙했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세상으로 날아갈 아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달이다. 졸업을 앞둔 아이들은 저마다 새로운 학교와 친구들에 대한 기대로 들뜨기도 하고, 한편으로 두렵고 긴장되기도 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많은 생각에 잠긴다. 때로는 그 아이들의 설렘과 긴장감을 보며 내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다 가르쳤는지,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나와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혼자 이겨낼 아이들에게 당부해야 할 말들은 다 전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괜시리 혼자 조급해지고 아쉬운 마음이 크게 내 마음에 자리하게 된다.

졸업…. 무엇인가를 마친다는 의미인데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은 마지막. 그리고 아쉬움이라는 느낌이 더욱 강렬하다. 졸업식이 끝나고 마지막 종례로 아이들과 어렵게 인사하고 교무실로 돌아와 아이들이 혼자 남겨질 선생님을 위한 배려로 써 준 편지들을 보며 아이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떠 올려본다. 그러다 오늘 교단에 서서 처음 맞는 졸업식에서 낯선 이별에 어리둥절해있던 나를 안고 울었던 15년 전 졸업생 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오늘 나를 안아 주었던 우리 아이들이 겹쳐지며 마음이 먹먹해졌다.

영광여중은 항상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주고 담임선생님들이 반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주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이 나에게는 좀 특별했다. 많은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1년 동안 이런저런 일 없는 학급은 없을 것이지만 올해 유난히도 힘든 시간을 보낸 나에게 아이들의 찐한 포옹은 아쉬움이고 화해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었다. 나를 닮아 무뚝뚝하고 감사와 사랑의 애정표현이 서툰 아이들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던 것이다. 이번 졸업식만은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내 다짐은 또 다시 이렇게 허물어지고 말았다.

만남보다도 이별이 어렵다. 만남은 처음에 아무런 사연이 없었으니 어렵지 않았는데, 이별은 많은 사연을 잊거나 기억하기 위한 일이라 어려운 것 같다. 졸업식 이후의 풍경이 더 아련한 것은 그 모든 것이 하나씩 추억이 되며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리라. 나와 함께 했던 우리아이들도 모두 아름다웠던 시간들로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이제 졸업을 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아이들은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기쁘고 좋은 일만큼 아쉽고 애석한 일도 겪게 될 터다. 모두들 그 모든 과정을 씩씩하게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되뇌어 본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비상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전하고 싶은 수많은 말들은 지우고, 마지막으로 전해본다. “너희들로 인해 나도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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