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故事成語 이경일

≪문선(文選)≫ 〈악부(樂附)〉 고사 네 수 중 〈군자행(君子行) 이라는 고시의 시구에서 유래되고 옛날 서당에서 맨 처음 ≪천자문(千字文)≫을 읽고 다음 ≪동몽선습(童蒙先習)≫을 떼고 읽는 ≪추구(抽句)≫에도 나온다.

악부는 시체(詩體)의 한가지로 원래는 한(漢)나라 때 있던, 음악을 보존하고 연주하는 관청의 이름이었다. 나중에는 악부에서 취급하는 노래를 일컬었다. 다시 관청과는 상관없이 음악에 실려 불리는 가사를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혹은 원래 있던 제목을 빌어 새로운 가사를 짖기 도 하고 음악과는 직접 상관없이 시로서 창작(創作)되기도 하였다. 고사(古辭)란, 작자가 알려져 있지 않은 민간의 가곡을 말한다.

여기에 나오는 군자행 은 민간의 가곡으로서는 그 내용이 적당치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할 때 군자행은 군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 태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문(原文)은 생략(省略)하고 번역문(飜譯文)을 보자.

군자는 미연에 방지하여

혐의 사이에 처하지 말고,

외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다.

형수와 아주버니는 손수 주고받지 않고

어른과 아이는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는다.

공로에 겸손하여 그 바탕을 얻고

한데 어울리기는 심히 어렵다.

주공은 천한 집 사람에게도 몸을 낮추고

입안에든 것을 토해내며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

한 번 머리 감을 때 세 번 머리를 감아쥐어

뒷세상이 성현이라 일컬었다.

시의 앞부분 반은 남의 의심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을 말하고, 후반부는 공로를 자랑하지 말고 세상사람 들에게 겸손하게 대하라는 말로 시의 내용이 통일 되어 있지 않다.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군자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막아야 한다. 남이 의심 할 만 한 곳에 몸을 두어서는 안된다. 참외밭 옆을 지나면서는 신발 끈을 고치면 참외를 딴다고 의심 받는다. 또한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면 멀리서 볼 때 흡사 오얏을 따는 것으로 오인 받을 수 있다. 형수 제수 시숙 시동생 사이에는 물건을 직접 주고받는 일이 없어야하고 어른과 손아래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면 예의를 모른다는 평을 듣게 된다.

자기 수고한 것을 내세우지 않고 항상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군자의 본바탕을 지키는 일이며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기의 지혜나 지식을 자랑하지 말고 세속과 함께하여 표 없이 지나는 일이다. 옛날 주나라 초기 주공은 재상의 몸으로 아무런 꾸밈이 없고 보잘것없는 집에 사는 천한 사람에게도 몸을 낮추었고 밥 먹을 때 손님이 찾아오면 입에든 밥을 뱉고 나가 맞았으며, 머리를 감을 때면 손님이 찾아와서 세 번이나 머리를 다 감지 못하고 머리를 손으로 감아 쥔 채 손님을 맞은 일이 있었다.(吐哺握發) 그러기에 후세 사람들은 주공을 특히 성현으로 높이 우러러 보게 된 것이다. 어떤 일이 터지면 사람들은 자기 잘못은 없고 남 탓하기를 좋아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잘못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잘못을 미연에 방지 하면 더더욱 좋겠지만 방지를 못해 이미 저질렀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옳지 않을까?

이경일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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