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게 말이기에 욕이 없는 언어는 없다. 우리말도 예외는 아니다. 구사 기능이 탁월하기 때문에 오히려 타 언어에 비해 욕도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천시되는 대상을 이용한 개새끼·여우같은 놈, 경멸하는 행동을 빗댄 빌어먹을·떡을 할, 참혹한 형벌을 떠올리게 하는 육시랄·오사랄, 대상의 어머니를 저주하는 네미랄·제미랄, 무서운 병을 연상케 하는 염병할 등 대단히 많다.

이 가운데 ‘염병할’은 ‘전염병에나 걸려 버려라’는 증오를 담고 있다. 오뉴월에 솜 이불을 덮어쓰고 있어야 할 정도로 고통스럽고, 앓고 난 후엔 머리가 모두 빠져 대머리가 되는 무서운 병이니 보통 가혹한 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야 장티푸스로 알려진 염병은 예전처럼 가공할 전염병은 아니기에 그 기능을 상실할 만도 하지만 세간에서 여전히 욕으로 쓰여 지고 있다. 욕의 생명력은 그만큼 질기다.

최순실이 특검에 소환되며 ‘억울하다’고 외치자 ‘염병하네’라고 되받아친 청소부 아주머니의 욕이 화제가 됐다. 욕이라지만 촛불민심에 사이다가 됐다는 여론이 뜨면서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에 연사로 나서 마이크를 잡고 당시의 심경을 토로했다.

월 100만원 남짓 월급 받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국정농단으로 천문학적인 나랏돈 쳐 먹은 여자가 ‘억울하다’고 악 쓰는 소리에 너무 기가 막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퍼붓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단 그녀만의 증오는 아닐 것이다. 매일 매일 끊임없이 발가벗겨지는 박근혜 게이트의 실물대를 보고 있다 보면 욕이 절로 입안을 맴돈다. 솔직히 갖가지 국정농단의 추악한 실태를 들춰내는 언론의 보도를 지켜보면서 ‘염병 하네’를 한번쯤 곰씹지 않은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머리가 다 빠진 그들의 모습을 애타게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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