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춘추시대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좋아해 집에서 애완(愛玩)동물로 키우고 있었다. 원숭이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세월이 지나자 원숭이와 소통(疏通)이 가능했다. 한해는 흉년이 들어 원숭이의 주식인 도토리를 많이 확보를 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에 원숭이들에게 말하기를 “올해는 흉년이 들어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씩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원숭이들은 모두 일어나 적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저공은 다시 “그럼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마.”고 답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좋다고 고개를 끄떡거렸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들으면 똑 같은 일곱 개인데 말도 안 되는 비논리적인 이야기다. 

다음 두 가지 사례를 한번 보자. 먼저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 4주 후에 동네 식당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것과 4주가 지난 그 다음날에 프랑스식 고급요리를 먹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우리는 망설임 없이 다음날 먹을 프랑스 고급요리를 선택할 것이다.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돼지고기를 먹겠는가 아니면 내일 프랑스 고급요리를 먹겠는가? 이 질문에 현재 배가 고픈 사람은 지금 돼지고기를 먹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두 번째로 당신이 만약 복권에 당첨된다면 오늘 기준으로 6년 후 100만원이 주어지는 선택을 할 것인가, 아니면 9년 후 200만원을 택하겠는가. 대부분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오늘 당장 주어지는 100만원과 3년 후의 200만원을 놓고 선택하라고 한다면 오늘 당장 100만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우리 인간은 현재와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거나, 눈앞에 가까울수록 작지만 빨리 받는 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250년 전에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이 이렇게 정의했다. “비록 나중의 보상이 가까운 보상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판단에 따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고 언제나 가깝고 인접한 것을 선호하는 욕정의 속삭임에 굴복하고 만다.” 쉽게 말해 현재와 가까운 보상일수록 감정적인 이율(利律)이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시간이 멀수록 이율을 낮게 본다는 말이다. 이렇게 멀수록 이율을 낮게 보는 현상을 가리켜 ‘현재 편향’, 또는 ‘과도한 가치 폄하’ 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슬픈 감정에 도취되어있을 때 물건을 좀 더 비싸게라도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경우도 ‘현재 편향’에 치우치는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의 카네기멜런대학의 신시아 클라이더(Cynthia Crider) 와 하버드대학의 제니퍼 러너(Jennifer Lerner)의 연구에 따르면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자연풍경을 본 사람들보다 30퍼센트 가량 돈을 더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심리적으로 슬픈 기분이 들면 즉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을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당장, 현 시점에서 라고 말하는 ‘지금의 힘’은 할 수 있는 용기나 메시지가 강해서 보이지 않는 것은 작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업 경영이나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에서 지금의 힘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을 삼가라고 한다. 미래에 얻을 이득을 이성적으로 분석해 합리적 결정을 내리기 보다는 당장 얻는 혜택의 유혹 앞에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조언한다. 

“단기성과를 올리는데 눈이 멀어 기업의 장기 성장을 위해 추진해야 할 효율화 작업 및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다면 ‘과도한 가치 폄하’ 본능에 오히려 충실한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역량개발이 조직의 장기 발전에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의 매출 신장을 위해 직원들을 닦달하기에 급급한 경영자도 본능에 충실한 ‘원시적 리더’라고 칭한다. 이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리더라면 당장은 고통스럽고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성과가 미미하더라도 조직의 장기적인 안목을 보고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차원에서 볼 때에도 현재에 너무 치우치게 되면 만족의 지연을 어렵게 만든다고 한다. 유럽에서 지식경영인으로 주목받는 롤프 도벨리는《스마트한 생각들》이라는 책에서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는 ‘기존의 굳은 생각’ ‘익숙한 경험’ ‘오래된 습관’에 맞서 싸우는 동안 왜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선택을 번복하지 못하는지,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오늘을 즐겨라 마음껏. 그리고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이런 직접성은 우리에게 아주 값어치가 크다. 그 크기는 이성적으로 파악 할 수 있는 것 이상이다. 오늘을 즐겨라! 는 좋은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쯤 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매일 마지막 날인 것처럼 즐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라틴어 격언 중에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곧, 오늘을 즐겨라. 라는 말이 있다. 좋은 말이기는 하지만 상황에 따라 적용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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