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은 참 좋은 날입니다. 당연한 말을 왜 하느냐고요? 늘 새롭기 때문입니다. 올 설에도 작은아버님 댁에 온 가족이 다 모였습니다. 32명이 모여 세배하고 먹고 떠들었습니다. 갓난 아이 부터 가족의 살아 있는 80여 년 역사의 현장이었습니다. 저는 이같은 저희 집안이 참 좋습니다. 누구 하나 크게 출세하지도, 큰돈을 벌지도 못했지만 튼튼한 뿌리를 확인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이 큰 작은 아버님 덕분(?)에 장손인 저도 세뱃돈이 만만찮게 들어갑니다. 그래도 세뱃돈 줄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합니다. 세뱃돈 얘기가 나왔으니 이번 설날 세뱃돈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나이 한 살 더 든 사돈이 덜 든 사돈에게 세배하면 30만 원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평소 자주 만나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지요. 두 사람 모두 장난 끼가 많은 사람들이고요. “절만 받고 안 줄라고?” “맡겨 놓고 하면 될 것 아니요?” 입회인에게 돈이 맡겨지자 나이 어린 사돈이 돗자리를 펴고 넙죽 절을 해버렸습니다. 당연히 돈 봉투는 임자가 바뀌었지요. 세뱃돈 받은 사돈은 입회인에게 10만 원을 건넸답니다. 졸지에 30만 원을 날린(?) 사돈 왈. “진짜로 할 줄 몰랐다.” 돈을 나눈 둘은 낄낄대고 웃었답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이개호 국회의원과 김준성 군수, 강필구 군의회 의장이 정영준 노인회장께 세배를 갔습니다. 정 회장께서 세 사람에게 세뱃돈을 주었답니다. 생각지도 않은 세뱃돈을 받은 세 사람은 당황스러웠답니다. 어른께는 세배하고 세뱃돈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받았으니 말입니다. 상의 끝에 조금 더 얹어 세뱃돈을 드리기로 했답니다. 요즘 보기 드문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영란법이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우리네 미풍양속은 이대로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어릴 적 설날은 길이 얼었고 추웠습니다.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친인척 가리지 않고 어르신들 댁을 찾아 세배 드렸습니다. 아침밥을 먹고 나서면 오후 서너 시나 돼야 마칠 수 있었습니다. 100세가 넘은 할머니와 노인당(극락재)에 가 세배를 올린 때가 엊그제처럼 아직 기억이 선명합니다. 가난했지만 아름답고 따스했던 그 시절의 우리네 모습이 그립습니다. 카카오 톡에 설 인사가 넘쳐납니다. 제가 아직 세태에 적응하지 못해서인지 씁쓸합니다. 손가락 몇 번 까딱거려 “복 받으시라”고 합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마음까지 외면할 수는 없어 같은 방식으로 답을 드리는 저 자신이 참 우습기도 합니다. 별로 바쁘지도 않고 하는 일이 대단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변해가는 세태가 아쉽습니다. 남 탓 하지 않고 저부터 예전의 사람 냄새 나는 삶을 찾아보렵니다.

이번 설날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이야기는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영광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광주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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