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접촉했던 물건은 접촉이 끝난 후에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말한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원시시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에게 이어져 내려온 ‘감염주술’은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는 부부나, 애인의 손을 처음 잡은 날 집에 돌아와서는 영원히 손을 씻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풋내기 연인들, 유명인과 악수하고 손을 씻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 모두 ‘감염주술’에 걸려있는 사람들이다. 

감염주술을 최초로 체계화시켜 연구한 사람은 1890년 스코틀랜드의 인류학자인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zer)로 그의 역작 《황금가지》에서 감염주술이 인류의 정신적 문화의 뿌리를 이룬다는 것을 증명했다. 

남태평양 제도에서는 마나(mana)라는 일종의 초자연적인 에너지가 사람의 신체를 타고 흐른다는 믿음을 그들은 가지고 있었다. 이런 유사한 믿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군데서 보인다. 

이러한 믿음들은 마치 에너지가 축전지에서 방출되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서 손을 대면 새어 나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최고의 통치권자들은 서양이든 동양이든 절대로 땅을 밟지 않으려고 했다. 직접 땅을 밟으면 에너지가 땅으로 방전되어 소실된다고 믿었으므로 중국 황제는 이동하면서 가마를 타고 다녔으며 영국 왕은 카펫 위만 걸었고 아프리카 추장들은 건장한 남성의 어깨에 업혀 다녔었다. 요즘도 유명인과 악수를 하려고 애를 쓰며 홈런을 친 타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하는 것도 역시 감염주술의 흔적들로 보인다.

성경에도 마가복음 5장 25절부터 혈루병(血淚病)으로 12년을 앓아 온 한 여자가 많은 의사에게 낳기 위해 치료를 받았으나 병에는 효험이 없고 돈만 허비했을 때 예수의 소문을 듣고 여러 사람 가운데 끼어서 그의 옷에 손을 대니 손만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 여인에게 혈루근원이 사라지고 병이 나아가는 줄을 스스로 깨달았다. 예수께서도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 알고 무리가운데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한 여인이 두려워 떨며 그 앞에 엎드려 그 사실을 고백하니, “딸아 너의 믿음이 너를 구원했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 지어다.” 예수님도 낳게 하는 에너지가 새어 나간 것을 느꼈던 것이다. 

감염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적으로 접촉했거나 접촉하는 물건이 대상의 본질적 특성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즉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물건을 접촉할 경우에 그들이 평소에 사용하던 숟가락에 접촉하는 것보다 즐겨 쓰던 메모장, 펜, 국회의원 배지 등 여러 사람이 보는데 사용한 물건들에 접촉했을 때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에 더 가까워 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숟가락 젓가락은 지적 능력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과는 많은 관련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감염주술은 종교적 측면으로 해석한다면 자연재해나 요즘 코로나와 비슷한 감염병 이나 질병등과 같이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주술적 행위를 통해 조절하고 그 안에서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하는 노력의 일부분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단순한 연상 작용일 뿐이라는 의견도 상존한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생물학적 접촉이 질병의 감염을 통해 생존에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에 감염주술이 위험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심리적 과정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감염주술의 경우 접촉을 통해 물리적 속성뿐만 아니라 도덕성이나 행운과 불운 같은 정신적 속성까지 전달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회적 속성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사람의 접촉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상대방과 또는 대상 물체에 대해 더 가깝게 느끼기 때문에 감염주술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감염주술은 보통 미신적 신념으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현실적인 생활영역에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심리학을 비롯한 인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종교적 행위와 신념에 대한 연구를 고취시키고 있다. 

과학 문명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많은 불합리한 사고를 몰아내기는 했지만 여전히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마술적 사고들이 예전 같지는 않더라도 잔재는 남아있다. 이런 것들을 미신이라고 무시해야할지 아니면 마음의 법칙으로 받아 들여야 할지는 각자 생각의 차이일 뿐 정답은 없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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