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회사원

권력이나 돈 앞에 그리고 남의 환심을 사기위해 알랑거리는 아첨(阿諂)하는 사람은 누구나 배격하기 마련이다. 권세가 있으면서 윗자리에 있는 사람은 대부분은 아부(阿附)하는 사람을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비위를 맞추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부하를 은연중에 가까이 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아첨하는 동물이라는 말도 있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를 지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조(趙)나라 장수 염파(廉頗)는 전쟁에서 공로를 많이 거두어 하사받은 재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잔치를 베풀고 그들과 잘 어울리므로 빈객(賓客)들이 넘쳐났다. 그러던 어느 해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염파는 상황에 맞춰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에만 치중했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야 하는 진의 입장에서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진나라에서는 염파를 모함하며 ‘진의 어려운 상대는 조괄(趙括)이다. 조괄이 대장군이 될까봐 무섭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이런 소문이 난무하자 어리석은 조왕은 소문의 내막을 알아보지도 않은 채 염파를 파면하고 지상담병(紙上談兵) 즉 이론에만 능하고 융통성이 없는 조괄을 장군으로 삼았다. 

진나라의 계책이 먹히며 조괄은 적의 계책에 넘어가 40만 대군이 전멸당하는 지금 까지도 전무후무(前無後無)한 참패를 당하고 만다. 몇 년 후 세력이 약해진 조나라를 북쪽의 연(燕)나라가 다시 침범해오므로 이번에는 염파를 대장군으로 삼아 막게 했다. 마침내 연을 대파하고 연의 도읍을 포위했다. 다급해진 연은 다섯 개의 성을 내어주는 조건으로 화의를 청했다. 조왕은 대승을 거둔 염파에게 신평군(信平君)에 봉하며 재상으로 임명했다. 

염파가 다시 권세가 주어지자 세력을 잃었을 때 가벼렸던 식객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다. 몰려든 식객들은 예전처럼 염파에게 아첨하며 구차스러운 짓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역겨움을 느낀 염파는 식객들에게 나가라고 큰소리로 화를 냈다. 

식객 중에 한사람이 나서 빙그레 웃으면서 “상공께서는 어쩌면 판단이 그렇게도 느리십니까? 대체로 천하 사람들이 시장에서 이익을 좆는 것처럼 사귑니다. 당신에게 권세가 있으면 따르고 권세가 없으면 떠나갑니다. 이것이 당연한 이치인데 무었을 원망 하십니까.” 염파도 이해를 했는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아부라는 것이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인가? 사람들이 돈이나 권세 앞에 또는 남의 환심을 사기위해 알랑거리는 사람들을 보면 겉으로는 역겹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사입장에서 보면 어떤 사람이 좋은가. 알랑거리고 비위를 맞추는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위계질서(位階秩序)가 있는 조직 사회에서 적절한 아부와 적절하게 모르는 척 애교로 받아들이는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상사가 너무 고지식해 융통성이 없이 아부는 나쁜 짓 이라고 치부하며 아랫사람에게 너무 경직된 자세로 확실한 것만 원하며 대한다면 조직이 잘 되어갈까. 아마도 업무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분위기는 매끄럽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적절한 아부가 필요한데 그 절절한 수준은 어디쯤일지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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