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살아가면서 걱정 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걱정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한 걱정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캐나다의 자기계발 베스트셀러작가인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우리에게 걱정에 대한 조언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고, 22%는 별 볼일 없는 사소한 일이고, 4%는 우리의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고, 4%만이 우리 힘으로 바꾸거나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청춘 남녀가 서로 죽도록 사랑하는 사이였다. 만약 헤어진다면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두려움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내 생각대로만 되지 않아 어느 날 헤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괴롭고 모든 사람이 실연당한 자기만 보는 것 같아 창피하고 세상 살맛이 안 난다. 그런데 푸른 하늘은 그대로 이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하늘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여유마저 생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어려서는 별로 걱정이 없다가 학교 다니면서부터 걱정이 시작 되게 된다. 10대 때는 시험 성적 때문에 걱정, 20대 때는 취업걱정, 30대 때는 결혼걱정, 50이 되면 노후 대비 걱정 이런저런 걱정으로 사는 것이 인생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뉴스를 보면 불안과 걱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 가지 걱정이 끝나면 또 다른 걱정이 밀려오고 걱정을 파도의 소용돌이 속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공포영화의 대가로 알려진 영화감독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은 “폭탄이 터지는 것에는 공포가 없다. 공포는 오직 폭발이 일어나리라는 예감에 존재 한다.”고 했다. 폭탄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두렵게 생각하는 모든 일에 대한 공포는 실제 일어나는 일보다는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예감(豫感)에서 비롯된다. 

이렇게 사람들이 과도한 걱정을 하는 이유는 자기 스스로 적응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지레 걱정을 하고 그 사건이 일어나면 엄청나게 불행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런대로 견딜 만 하다. 미국의 펜실베니아 대학교 심리학자 팀 윌슨(Tim Wilson)과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는 이를 ‘정서 예측’ 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긍정적 부정적 사건들의 여파가 실제보다 오래갈 것이라고 착각한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걱정을 미리 사서 한다’는 말과 맥(脈)을 같이 한다고 보인다. 반대로 매우 행복할 것 이라는 예측 역시 마찬가지로 ‘정서 예측’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왜 근심과 걱정에 휩싸여 살까? 인간이 너무 걱정 없이 사는 것도 이상하지만 지나친 걱정은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부정적인 일이 일어나면 실제보다 훨씬 불행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긍정적인 일에 대해서는 더 과장되게 행복할 것이라고 기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 일이든 긍정적 일이든 막상 일이 벌어지고 나면 예상보다 견딜만하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큰 기쁨을 주지 못한다. 

이렇게 정서 예측에 오류가 생기는 이유는 예측 과정에서 ‘지속성 편향’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속 편향은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에 느껴지는 정서가 오래도록 지속될 것 이라고 믿는데서 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생각이 맞을 때도 간혹 있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어떤 사건을 긍정적이든지 부정적이든지 지속성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러면 왜 이런 지속성 편향이 일어날까.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한 지나친 해석과 오해로 인한 것이거나, 이와는 반대로 이전 경험에 따른 고정관념(固定觀念) 때문인 경우도 있다. 또한 현재 눈앞에 보이는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체적으로 보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면역 무시’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들에게 부정적인 정서가 심화되거나 지속되지 않게 만드는 심리적 면역 체계다. 이 면역 체계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므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물론 이런 면역체계는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작동한다. 긍정적인 일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은 우리 스스로 지나치게 걱정하는 삶에서 벋어나는 길은 우리자신을 믿는 것이다. 내 안에는 이미 신이 선물한 심리적 면역체계가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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