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다. 산천은 푸르게 빛난다. 죽은 척, 사라진 척하던 생명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활개 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시리고 칙칙했던 세상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아름답게 빛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5월의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아름답기는커녕 아프기만 하다. 왜 아프기만 할까. 42년 전 그해 5월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서다. 아니 잊히지 않아서다. 잊을 수 없어서다.

40여 년 세월이면 잊힐 만도 하다. 그런데 아니다.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TV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수사 발표를 하는 군복 입은 전두환을 보았다. 우리는(기자들) “큰일 낼 놈 같다”고 했다. 신현확(총리)과 전두환을 비롯한 군부는 물러가라는 학생 시위가  연일 계속됐다. 서울의 여대생들이 시위에 나서지 않는 광주의 모 대학 학생들에게 면도칼을 보냈다는 등의 소문이 돌았다. 

사내 구실을 못하니 잘라버리라는 의미로 나돈 소문이다. 그 소문을 ‘기자’가 퍼뜨렸다는 말이 나돌았다. 중앙정보부가 그 기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누가 끌려가 알몸으로 고문을 당했다고도 했다. 정보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그해 5월은 유난히 더웠다. 그래서인지 장티푸스가 유행이었다. 정보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장티푸스를 핑계로 억지 입원을 한 것이다. 

더위 속에서도 학생 시위는 연일 계속됐다. 16일 밤 시위는 경찰의 ‘보호’하에 이뤄졌다. 금남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했다.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17일 새벽 그 기대는 사라졌다. 군부독재에 대한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어둠을 틈타 전남대와 조선대 운동장에 군인들이 진주했다. 그 새벽 운동장의 군인들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다. 날이 새고 학생 시위가 시작되면서 군인들의 무자비한 ‘진압’이 시작됐다.

그리고 광주는 시위대와 무자비한 진압에 나선 군인들의 전쟁터가 됐다. 쇠뭉치와 다름없는 몽둥이와 총에 의한 살상극의 무대가 됐다. 애먼 시민들과 젊은이들이 다치고, 끌려가고, 죽어갔다. 광주는 지구상 어느 시대, 어느 전쟁에서도 보지 못한 비극의 무대가 됐다. 17일의 그 무도한 ‘진압’도 광주를 막지 못했다. 광주는 다음날인 18일 학생은 물론 시민들까지 나서 저항했다. 그리고 세계사에 남을 5·18의 역사를 썼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3년을 맞았다. 짧지 않은 세월이다. 광주는, 대한민국은 민주화가 됐는가?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는가? 겉보기는 어느 나라 못잖은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하지만 곳곳에 독재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다. 민주주의의 척도는 언론자유다. 그런데 대통령은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하고 있다. 취재 거부는 물론 출입 금지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에 의한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된다. 

언론이 자유롭지 못한 민주주의는 미완성 민주주의다. 그런데 대통령과 주변 인사들은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은 무시하고 배제한다. 기자의 취재 제한을 서슴지 않는 나라의 민주주의는 절름발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초보 정치인이다. 검사로서는 나무랄 데 없을지라도 정치는 서투를 수밖에 없다. 누구나 말실수를 할 수 있다. 경험 많은 노련한 정치인들의 보좌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통령의 주변이 수상하다. 대통령의 말실수를 아니라고 우긴다. 대통령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간신배들의 작태다. 이런 간신배들은 대통령의 전정은 물론, 대한민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의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작태다.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하는 위인들은 대통령에게 도움이 안 된다. 벼슬에 급급해하는 간사한 정치인들을 솎아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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