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직원들이 사는 주택단지를 둘러봤습니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조경과 편의시설은 물론 조명까지 참 보기 좋았습니다. 한 마디로 별천지였습니다. 공기 좋고, 환경 좋고, 조용했습니다.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광에 있는 어느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편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문득 한빛원전 때문에 겪어야 했던 갈등의 역사가 떠올랐습니다. 군민들이 원전 건설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갈등의 역사를 섰지요. 그때의 기억이 아직 선한데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영광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의 영광에서 살아간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우울해졌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원전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전 종사자들은 좋은 환경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불쾌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삶이 편해야 원전의 사고 위험도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 불쾌감을 떨치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우리 영광의 미래를 생각하면 한빛원전은 영원한 걱정거리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빛원전이 사원들의 삶의 질 못지않게 지역민들의 삶의 질에 관심이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자 불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살아가는데 우리 영광 사람들은 불안감만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마저 치솟았습니다. 

한빛원전은 사원들의 쾌적한 삶을 위해 적잖은 투자를 하면서 지역민들에게는 형식적인 투자만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만약의 경우 영광은, 영광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적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원전 관련 기관들은 안전을 주장합니다. 하지만 체르노빌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발생, 재앙을 안길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원정 사고에 대비한 대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를 약간 줄일 뿐, ‘재앙’을 막을 수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가끔 사고 발생에 대비한 훈련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장 한빛원전에 큰 사고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영광은 지역소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불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사고 시 원자력 누출을 방지한다는 돔 건물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군민은 없습니다. 원전 측은 보강한다고, 보강했다고, 그래서 안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한다고 합니다.

한빛원전 건설 당시 철근을 비롯한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하역하지 않고 되돌아 나온 사실을 잘 압니다. 그만큼 허술하게 지어졌겠지요. 당연히 사고 발생 가능성도 적잖을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큰 사고가 없어 다행입니다. 하지만 유사시 영광은, 영광 사람들은 재앙을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삶의 질도, 투표 성향도 다른 ‘한빛원전 사람들’이 진정한 ‘영광 사람’이 된다면 “한빛원전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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