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침묵은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을 적당하게 조절한다. 대화에서 침묵은 숫자(0)의 역할을 한다. 제로(zero)라고 하지만 숫자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침묵 없이는 어떤 교류도 할 수 없다.” 이 말은 미국 켈리포니어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굿맨(Goodman)이 침묵할 줄 알아야 좋은 소통(疏通)이 가능하다고 하면서 한말이다. 굿맨이 처음으로 제기했으므로 ‘굿맨 효과’라고하며 침묵할 때 이루어지므로 ‘침묵효과’로 부르기도 한다. 
사람의 소통방법은 다양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작가로 알려진《인간 관계론》을 쓴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가 겪은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자. 

하루는 뉴욕의 어느 백화점에서 양복을 한 벌 사가지고 돌아왔다. 집에 와 입어보니 양복에서 검은 물감이 묻어 나와 와이셔츠의 깃이 까맣게 물들어 졌다. 당장 양복을 들고 백화점으로 갔다. 마침 물건을 살 때 점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점원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반품하기를 원했다. 점원은 고객의 사정을 들어주지 않고 반품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금까지 이 같은 양복을 수천 벌 팔았는데 불만을 말하며 반품을 요구하는 고객은 당신이 처음이라는 말까지 해댄다. 점원의 말투는 “거짓말 마세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내가 속을 줄 아느냐?”는 기분 나쁜 말투였다. 

이렇게 점원과 옥신각신 하고 있는데 또 한 사람의 옆 가게 점원이 거들고 나선다. 검은색 양복을 처음 입으면 물감이 묻는 것은 어쩔 수 없으며 며칠 입으면 괜찮으니 반품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카네기는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점원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지배인이 다가와 카네기에게 말을 걸었다. 지배인과 이야기를 나눈 카네기는 불쾌했던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폭발 직전의 마음을 급변 시켜 놓았던 것이다. 

잔뜩 화가 난 마음을 어떻게 순식간에 돌려놓았을까. 그 지배인이 사용한 방법은 다음 세 가지였다. 첫째는 고객인 나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묵묵히 듣기만 했다. 둘째는 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점원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지배인은 나의 입장에서 그들과 이야기하며 와이셔츠 깃의 더러움은 분명이 양복의 물감에서 묻은 것임을 지적하고 그들에게는 고객에게 만족할 수 없는 상품은 이 상가에서 절대로 팔지 말도록 주의를 주었다. 셋째는 이 양복에 그와 같은 결함이 있는지를 몰랐다고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 양복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우리는 당신의 말씀대로 따르겠습니다.”고 했다. 

카네기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저주스러운 양복을 반드시 반품하려고 했으나 지배인의 이와 같은 행동을 보고 “당신에게 물어보겠는데 물감이 이렇게 묻어 나오는 것은 일시적이겠죠? 그것을 방지하는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 주시겠습니까?”하고 부드럽게 문의했다. 지배인은 “한 일주일 정도 입어 보시고 만약 그때 가서 맘에 들지 않으시면 다시 가지고 오십시오. 그때는 맘에 드는 것으로 교환해 드리겠습니다. 폐를 끼쳐 드려 무어라 말씀 드릴길이 없습니다.”고 했다. 카네기는 만족해하며 이 백화점을 나왔다. 

그 후 이 양복은 물감이 묻지 않았고 그 백화점을 카네기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신뢰하는 계기가 됐다. 이 지배인은 ‘리더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에 반해 점원은 이 일로 인해 손님들과 얼굴을 대하지 않는 포장부나 운반하는 다른 부서로 이동될지 모른다. 

사소(些少)한 일에도 발끈해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자존심을 구기지 못하고 정면으로 부딪치며 대항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참을성 있게 고객의 입장에서 귀 기울이며 코부라처럼 약이 올라있는 사람을 깍듯이 서서 끝까지 이쪽 말을 경청(傾聽)하는 사람에게는 유순(柔順)해지기 마련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배인이나 점원이나 고객에게 바라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배인은 고객을 만족하게해서 백화점을 나가게 했다. 지배인의 예술 같은 의사소통은  어디에서 구현되었는가. 바로 침묵이었다. 고객에게 말하는 대신 고객이 마음껏 말할 수 있도록 들음으로 부정적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침묵과 경청은 연결되어있어 경청할 줄 모르면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침묵할 줄 모르면 상대의 말을 경청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침묵할 줄 모르고 주의 깊게 경청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말에만 관심이 있고 상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이런 식의 의사소통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쌍방의 연설일 뿐 진정한 의사소통이 되지 못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있을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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