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말이라는 것은 한사람 입에서 나오지만 듣는 사람은 몇 명이 듣는지 모른다. 요즘같이 커뮤니케이션이 잘 발달되어 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듣는가. 말은 한번 내 입을 통해 나가면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우리 속담에도 화는 입에서 생기고 근심은 눈에서 생기고 병은 마음에서 생기고 허물은 체면에서 생긴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의 한자 입문서라고 하는《천자문(千字文)》다음에 공부한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와 같다’고 했다. 한마디라도 무겁기가 천금과 같고 한마디의 말이 상하게 할 때는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 같다는 말이 있다. 

화(禍)는 재앙(災殃)을 말하기도 하지만 모든 불행의 근원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하고 우리의 삶속에서 가장 있어서는 안 될 것 중에 하나다. 그런 화가 바로 입으로부터 생성된다고 하니 무섭기 짝이 없다. 말을 항상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로부터 말 잘하고 뺨맞는 자리 없다고 했다. 말조심 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며 거꾸로 상대방을 존중하는 일종의 방법이기도 하다. 

말에 관한 속담도 가지가지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 고 했으며 말 속에 뼈가 있다.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다 맞는 말들이다. 

사람이 나이가 먹어 늙어 가면 기억력도 둔해지고 눈도 어둡고 앞도 뚜렷하지 못하고 침침해 보인다. 자연적인 현상 같지만 경험이 많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면 갑갑함도 생기고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뜻으로 보인다. 눈이 침침해 보이는 것은 자세히 보지 말라는 것이고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하는 것은 필요 없는 말을 가려서 들으라는 것이고 말을 할 때 발음이 어눌해 지는 것도 많은 말을 하고 싶어도 참으라는 자연의 뜻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요즘 만들어진 말로 ‘나이 먹을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우스꽝스러운 말이 있다. 이런 말들이 오래되면 속담으로 굳어질 수도 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이다. 말은 항상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하고 스스로를 위해서도 신중하게 하게 처신한다면 화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조심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공자도 군자의 덕목으로 신중한 언어를 강조했으며 《성경(聖經)》에도 ‘여호와여 네 입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네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 라는 구절이 있다. 불교에서도 돈들이지 않고 베풀 수 있는 것이 언시(言施) 즉, 말의 베풂이라고 했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하늘이 내린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어도 자기가 불러들인 재앙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문제 즉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실수해 불러들인 화는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요즘도 정치권에서는 상대를 어떻게든 깎아 내리려고 해도 상대당의 잘된 점을 칭찬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서로 발전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헤아려 배려하고 공손한 한마디 부드러운 말투로 대한다면 공생하며 발전해서 한걸음 더 나아갈 텐데 어떻게든 약점을 잡기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선거 체제하에서는 숙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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