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로 그 사람을 가늠할 수 있다. 인격과 학벌은 물론 직업과 가문까지도. 지도자의 말투는  그래서 최대한 절제돼야 한다.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말은 내뱉으면 되돌릴 수 없다. 장삼이사 평범한 사람들도 그래서 말을 조심한다. 말실수로 큰 피해나 망신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의 주인공이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한마디 한마디가 천금 같은 무게가 있어야 한다. 그 한마디 말이 국민의 삶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명산 구화산 만불루에 오르는 계단에는 수만 개의 열쇠 없는 자물쇠가 달려 있다. 열쇠를 잃은 자물쇠처럼 굳게 입을 닫고 말을 조심하면 가화만사성하고 만사형통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화를 부르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한 각오로 자물쇠를 잠그고 열쇠를 던져버린 것이다. 입을 화구(禍口)라고도 한다. 말로써 화를 부른다는 의미다. 민중의 생각이 이럴진대 항차 지도자들은 어쩌겠는가. 한마디도 섣불리 내뱉어서는 안 된다. 지도자의 말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말 것이 /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 말로서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영조 때 김천택이 편찬한 시조집 청구영언에 실린 작자 미상의 시조다. 말로써 화를 자초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나도 예외가 아니다. 다만 ‘나이 값’ 하느라 삼갈 뿐이다. 보통 사람들도 그럴진대 벼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그들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민중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극도로 삼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말로써 말이 많다. 누구나 말실수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 한마디 말이 천금의 무게를 갖는다. 책임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보좌진들이 대통령의 말 실수를 덮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다. 그 사람의 품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절제되지 않은 말로 개인의 품격은 물론 나라의 격까지 떨어뜨리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검사는 죄인을 상대로 말한다.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말한다. 당연히 절제와 품격을 갖춰야 한다. 국민의 안위를 걱정해야 한다. 법질서는 법조계에 맡기면 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니다. 취임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검사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야당을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정치가 건강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는 여야 협치가 당연하다. 협치하지 않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독재국가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여당과 야당은 대화가 단절됐다. 서로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당연히 정치가 삐걱거리고 있다. 국민통합은 언감생심이다. 지구상에 야당과 대화하지 않는 민주주의 국가는 없다. 윤 대통령과 여당은 민주주의를 표방한 독재국가의 길을 가고 있다. 당연히 정치가, 민생이 삐걱거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의 정치 초년생이다. 정치에 서툴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도 여당은 대통령에게 “아니되옵니다”라는 고언을 하지 않는다. 

전제군주 시대에도 군주에게 목숨을 걸고 “아니되옵니다”고 외친 신하들이 있었다. 그런데 오늘 대한민국에는 “아니되옵니다”를 말하는 ‘신하’가 없다. 오직 대통령의 눈치나 보고 비위나 맞추려는 자들 뿐이다. 윤 대통령은 당연히 자기가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정치 경력이 오랜 ‘신하’들의 박수만 받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착각이다. 길을 잘못 들면 처음엔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갈수록 그 길은 목적지에서 멀어질 뿐이다.

국민은 지지 여부를 떠나 정권이 성공하길 간절히 바란다. 정권의 실패는 당연히 민생의 피폐, 국가의 후퇴를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가보지 않은 길은 서투르게 마련이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자마자 대통령이 됐다. 정치는 물론, 대통령직 수행에 서투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세계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평화공존의 시대를 지나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한다. 미국이 지켜주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키 워드’는 ‘국민 퉁합’임을 각성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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