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같은 배를 타고 가다가 위기에 봉착했다. 원수가 함께 타고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도와가며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 배안의 일이다.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고사가 한배를 탄 사람은 원수라도 함께 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반대로 같은 배를 타고 있더라도 리더가 지혜롭지 못하면 함께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적의 나라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덕을 닦지 않으면 언제라도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중국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갈 즈음 오기라는 병법가이며 유명한 장군이 있었다.《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와 버금가는《오자병법(吳子兵法)》을 남긴 장수다. 부하의 종기 고름을 빨아 주기도하고 자기가 먹을 식량은 자기가 지고 다니면서 장군이지만 사병과 똑같은 생활을 스스로 실천한 장수다. 이렇게 자기를 낮추며 생활한 것은 병졸을 다루는 수단이었지 실제로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자기 아내도 죽여 가며 출세를 하려고한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다. 

노나라에서 장군이 되기 위해 걸림돌이 되자 아내를 죽이고 출전해 승리를 거두었으나 박정한 사람이라고 쫓겨나 위나라로 가서 문후를 섬기게 된다. 용병에 능한 오기는 문후의 신망을 얻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문후의 신망으로 대를 이어 무후까지 섬기게 된다. 

어느 날 무후가 배를 타고 서하로 내려가다가 오기를 돌아보며 “아름답구나, 산천의 견고함이여! 이는 우리 위나라의 보배로구나!” 무후의 이 말에 오기가 대답하기를 “나라의 보배는 임금의 덕행에 있지 지형의 험준함에 있지 않습니다. 예전에 삼묘씨의 나라는 왼쪽에 동정호가 있고 오른쪽에 팽려호가 있지만 덕행과 신의를 닦지 않아 하나라 우임금에게 멸망했습니다. 하나라의 걸왕(桀王)도 황하와 제수를 왼쪽에 끼고 태산과 화산이 그 오른쪽에 있으며 용문산이 그 남쪽에 있고 양장산이 그 북쪽에 있지만 어진 정치를 베풀지 못해 은나라 탕임금에게 쫓겨났습니다. 또 은나라 주왕은 맹분산이 왼쪽에 있고 태행산이 오른쪽에 있으며 상산이 북쪽에 있고 황하가 남쪽으로 지나가는 천하요새지만 덕망이 부족해 무왕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본다면 나라를 다스리는데 중요한 것은 임금의 덕이지 험난한 지형이 되지 못합니다. 만일 입금께서 덕을 닦지 않으시면 이 배안에 사람은 모두 적이 될 것입니다.” 

무후도 동의하며 “과연 옳은 말이요” 했다. 
그렇다면 덕(德)은 무었을 말하는가? 인간이 상시 갖춰야할 덕목 오상(五常)을 말하는데 이것을 오덕(五德)이라고도 한다. 맹자가 말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즉, 선(善)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내면의 덕목 사단(四端) 인의예지(仁義禮智)와 외적인 덕목 실천의 결과로 대표되는 신(信)을 말한다. 

인간이 짐승과 구별되는 것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수오지심(羞惡之心) 사양지심(辭讓之心) 시비지심(是非之心)과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와 함께 덕(德)이라고 말한다. 우리 풍습에 이사를 가면 주위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는데 떡이 이 덕에서 나왔다고 한다. 공자도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신뢰가 무너지면 국가도 존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라를 지켜 나아가는 데는 험준한 국가의 위치 즉, 지형이 아니라 리더가 얼마나 덕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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