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자기계발서작가

“인간은 왜 타인의 인정(認定)을 끊임없이 갈구 할까?”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Axel Honneth)는 질문을 한다.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므로 타인이 나를 인정해주는 맛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삶속에서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줄여서 ‘인정투쟁’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삶이 인정투쟁의 연속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다른 사람의 인정에 대한 갈구(渴求)”라고 지적했다. 

인정투쟁 이론을 대중화시킨 철학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일본계 미국인 학자 프렌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의 이 말에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우리가 노동을 하고 돈을 버는 동기는 먹고살기 위함이 아니라 그러한 활동을 통해서만 우리는 승인을 받고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돈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지위나 인정을 상징하게 된다. 현재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려고 파업하는 노동자는 단순히 탐욕이나 물질적인 혜택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파업은 자신의 노동을 다른 사람의 노동과 비교해서 정당한 보상을 받으려는 일종의 ‘경제정의’를 추구하는 활동이다.”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라는 요구라고 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업왕국을 꿈꾸는 기업가는 자신이 벌어들인 수백만 달러를 마음껏 쓰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창조자로서 인정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인정투쟁이 권력투쟁과 다른 점은 그 목표가 ‘권력의 쟁취’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인정을 획득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인정투쟁이 권력투쟁과 다른데 인간이 갈망하는 것이 오히려 인정투쟁이라면 왜 세상은 돈에 집착하며 돈에 미쳐 돌아갈까?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인정의 기준이 다양화되지 못하고 획일화된 돈 중심 사회라면 그 밑바탕에는 무엇이 깔려 있을까? 

미국의 교육자 로버트 풀러(Robert W. Fuller)는 상호 인정이 깨지는 경우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고 또 필요로 하는 것은 남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원한다. 인정은 유한한 자원이 아니라 끝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자원이다. ‘그대가 알아가는’ 게임은 제로섬게임, 내가 얻은 만큼 그대는 잃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인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수학에서 말하는 비(非) 제로섬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는 포지티브섬 게임(positive-sum game)이 되어 양측모두 처음보다 더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세상이 이렇게만 돌아간다면 모두 좋아하겠지만 풀러의 꿈이 이루어질까 의문이 들면서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실제 삶에서는 인정의 통속화가 인정투쟁을 타락시키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정개념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SNS 라고 볼 수 있다. 얼마전만해도 자기과시를 위해서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했고 만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했다. 그러나 SNS는 서로 시간을 맞춰야하는 번거로움을 해소해주고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인정욕구에 굶주린 사람들이 SNS에 중독될 정도로 빠져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젊은 층에서 압도적 인기를 누리는 이유도 인정욕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자신의 정체성 만들기에 집중하기 좋은 청년들은 상황이 급변하는 시대에 맞추어 이전 세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표현에 적극적이며, 이런 정서로 인해 SNS의 폭발적인 성공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SNS장은 ‘온라인 인정투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한 통계에 의하면 페이스북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상대적 박탈감을 내세우는데, 대체로 페이스북에는 직장에서 성공담이나 예쁜 자녀 사진, 멋진 여행의 순간들, 자기가 자랑하고 싶은 행복한 일들을 올리므로 보는 사람들은 화가 나기도하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그럴 때는 SNS를 그냥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나도 역시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만한 일들을 올리면서 위안을 삼는다. 그래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SNS다. 

물론 쉽게 변화되지는 않는다. 인정의 기준이 권력과 금력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실에서 정치도 그런 문법에 따라 움직이고 그래서 정치판 에서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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